KBL 김영기(82) 총재가 밀어붙인 외국인선수 신장제한 규정이 코미디로 전락할 전망이다.
KBL 이사회는 지난달 차기시즌(2018~2019시즌) 외국인선수 신장제한을 기존 장신 무제한·단신 193㎝이하에서 장신 200㎝이하·단신 186㎝이하로 강화하기로 재차 결정했다. 이는 단신 테크니션 영입을 억지로라도 장려하기 위한 김 총재의 뜻이 반영된 변화다. 신장제한 강화로 평균 득점을 향상,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프로농구 흥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한다는 것이 KBL의 입장이다.
KBL은 기존 경력 선수들에 한해서는 본인이 원할 경우 신장 재 측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시즌이 종료된 팀의 외국인선수 가운데 신장제한 경계선에 있는 선수들은 KBL을 찾아 신장 측정을 한 뒤에 출국 길에 올랐다.
고양 오리온의 저스틴 에드워즈는 2016년 트라이아웃 신장측정 당시 186.2㎝였으나 재 측정에서 185.2㎝가 나왔다. 또한 인천 전자랜드에서 뛴 네이트 밀러는 2016년 187.4㎝였는데 재 측정 결과 185.2㎝가 나왔다. 둘은 차기시즌 ‘단신선수’로 구분이 된다.
KCC의 찰스 로드(200.1㎝), SK의 제임스 메이스(200.6㎝) 등도 신장 재 측정에 나설 예정이다. 무려 2.2㎝가 줄어든 밀러의 사례를 볼 때 로드와 메이스도 200㎝이하로 측정될 가능성이 높다. KBL에서 뛰기 위한 ‘키 줄이기’ 작전이 펼쳐지는 모양새다.
원주 DB의 로드 벤슨(207㎝)은 “신장제한을 낮춘다고 해도 내가 뛸 수 없다는 것 말고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벤슨의 말대로 과거 사례로 볼 때 차기시즌에도 결국 경력자들이 신장만 낮춰서 KBL을 누비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김 총재의 의도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경기력을 높이기 위한 심도 깊은 연구는 뒷전으로 한 채 프로농구 원년 볼거리를 제공했던 제럴드 워커(은퇴·184㎝)와 같은 선수가 온다면 농구가 재밌어 질 것이라는 김 총재의 그릇된 생각이 낳은 촌극이다. 이는 해외 에이전트들에게 KBL의 위상을 깎아 내리는 딱 좋은 이야기다.
신장제한 강화가 적용된 차기시즌, 이를 주장한 김 총재가 자리에 없다는 것은 더 코미디 같은 일이다. “리그명을 KBL(Korean Basketball League)이 아닌, CBL(Comedy Basketball League)로 바꿔야 한다”는 웃지 못 할 얘기가 나온다.
한편 KGC의 센터 데이비드 사이먼(203.0㎝)는 2일 재측정에 나섰지만 ‘키가 줄었는데도’ 202.1㎝가 나와 기준치(200㎝)를 통과하지 못했다. ‘빅맨 테크니션’ 사이먼은 다음시즌 KBL에서 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