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까지 엄상백(22·KT)의 고민은 ‘마른 체형’이었다. 구단에서 “살을 찌우면 연봉을 올려주겠다”는 당근까지 내걸었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올 시즌 세 가지 변화가 생겼다. 첫째는 근육량 증가. 엄상백은 겨우내 수원KT위즈파크로 매일 같이 출근해 웨이트 트레이닝에 매진, 8㎏을 찌웠다. 그는 3일, “근육량이 늘어난 덕에 공에 힘이 붙었다”고 자평했다. 엄상백은 올 시즌 최고구속 150㎞대 속구로 중무장했다. 그의 공을 받는 포수들 역시 구위에 엄지를 세웠다.
그러자 보직이 달라졌다. KT 김진욱 감독은 당초 김재윤을 ‘클로저’로 생각했다. 하지만 시범경기부터 그의 컨디션이 저조했다. 대신 그 자리를 꿰찬 이가 엄상백이다. 정명원 투수코치는 “공이 빠르고 묵직한 엄상백이 마무리투수를 맡는 것이 좋은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김진욱 감독도 김재윤의 회복 전까지 엄상백에게 마무리투수를 맡기겠다고 밝혔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었다. 엄상백의 ‘멘탈’도 강해졌다. 그는 2일까지 올 시즌 세 경기서 1세이브, 방어율 ‘제로’를 기록 중이다. “KIA와 개막전 한 점 차 세이브 상황에 등판했다. 긴장됐지만 결과가 좋았다. 그 후로 타자 상대할 때 자신감이 붙었다”는 게 엄상백의 설명이다.
동기부여도 확실하다. ‘군 미필’인 그는 올 여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을 노린다. 정명원 코치가 “시즌 초반부터 보여주려 할 것”이라고 점친 이유다. 엄상백은 “나도, 팀도 올해는 일을 내야 한다. 불펜에서 봐도 타선이 강해진 게 느껴진다. 올해는 탈꼴찌 이상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의 세 가지 변화는 목표를 현실로 바꿀까. 현재까지는 순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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