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겁게 끝날 듯했던 전주 KCC와 서울 SK의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5전3승제)가 다시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2연승 기세를 앞세워 조기에 챔피언결정전(7전4승제)으로 향하려던 SK는 2일 전주 원정경기로 펼쳐진 3차전에서 KCC에게 일격을 당했고, 시리즈는 4일 오후 7시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4차전으로 흐르게 됐다.
KCC가 어렵사리 1승을 만회한 3차전 종료 직후 기자회견장. 취재진의 눈은 KCC 베테랑 센터 하승진(33·221㎝)의 입에 쏠렸다. 이유는 하나였다. 지난달 31일 4강 PO 2차전 도중 뜨거운 눈물을 흘렸기 때문이다. KCC는 종반까지 접전을 펼치다 막판 상대 공격을 연달아 허용하면서 결국 패했다. 그런데 결과에 상관없이 모두를 놀라게 한 장면이 연출됐다. 경기종료 2분7초전 벤치로 돌아온 하승진이 갑자기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수건으로 얼굴을 감쌌지만 누구나 쉽게 느낄 수 있는 ‘오열’이었다.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 뿐 아니라 KCC 동료들도 하승진 곁에서 어떠한 제스처도 쉽게 하지 못했다.
3차전 직후 만난 하승진은 당시 상황을 묻자 “그 질문만은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려던 참이었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나보다”며 멋쩍게 웃었다. 연신 수줍어하던 하승진은 눈물의 의미를 강조했다. “사실 3차전 막판에도 눈물이 나올 뻔했다. 눈물에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2차전과는 다르다”며 승리를 향한 갈망이었음을 조심스럽게 드러냈다.
실제로 하승진의 눈물 사건 이후 KCC는 정신력을 다시 무장하게 됐다. 당사자인 하승진이 선봉에 섰다. 초반부터 골밑을 장악하며 공수를 이끌었다. 3차전에서 잡은 리바운드만 17개. 여기에 9점도 추가했다. 골밑에서 우위를 점한 KCC는 하승진을 비롯해 찰스 로드(15점·10리바운드)~안드레 에밋(32점)~송창용(12점) 등이 분전하며 안방에서 기사회생했다.
KCC 관계자는 “1·2차전 모두 우리가 못해서 상대에 졌다는 생각 때문에 선수들 모두가 침통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하승진의 눈물 이후 팀 전체가 정신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 하승진에게 직접 연유를 묻지는 않았지만, 선수단 모두 그 진심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만큼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33살 베테랑이 흘린 뜨거운 눈물은 과연 반격의 촉매제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