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기다린 덕분일까. 홍란(32·삼천리)이 맞이한 2018년의 봄은 어느 때보다 화창하고 찬란하다. 8년 전 그날처럼 연분홍 꽃망울이 싱그럽게 돋아나고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입문 15년차인 홍란은 최근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10년 이후 무려 8년 만에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기 때문이다. 지난달 브루나이 오픈에서 나흘 내내 선두자리를 지키는 완벽한 플레이로 정상에 올랐다. 비슷한 기간 동갑내기 지은희(32·한화큐셀) 역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맹활약하면서 ‘30대의 반란’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기도 했다.
얼마 전 만난 홍란은 “브루나이 오픈이 끝나고 우승 인사를 돌아다니느라 몸살에 걸렸다. 그래도 마음만큼은 기뻤다. 특히 오래 기다려주신 부모님께서 정말 좋아해주셨다”며 활짝 웃었다.
감격적인 우승 덕분에 8년이라는 긴 세월도 회상하게 됐다. 홍란은 “좋았던 기억도, 나빴던 기억도 모두 있는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슬럼프가 부담도 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내려놓게 됐다. 덕분에 최근에는 ‘즐기는 골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제를 모은 30대 돌풍에 대해선 뚜렷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홍란은 “사실 요즘 들어서 신예선수들에 대한 관심은 높아진 반면 우리 또래들에 대한 주목도는 낮아졌다. 그런 면에서 30대들의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낀다”면서 “데뷔 햇수가 10년이 넘었기 때문에 베테랑 소리를 듣는 부분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해외 투어를 보면 30대 넘어서 전성기를 맞는 선수들도 많다. 우리 역시 아직 ‘노장’ 소리를 듣기는 이르다”며 수줍게 웃었다.
베테랑으로서 오랫동안 투어에서 활약할 수 있는 비결을 묻는 질문에 홍란은 “골프를 치다 보면 가끔씩 고민이 생긴다. 그럴 때는 골프를 아예 모르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현역 동료들보다 ‘골프 문외한’ 친구들이 더 도움을 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지금 자신이 품고 있는 고민을 조심스레 내비쳤다. “우승해도 고민은 생기더라고요. 내일 어떻게 하면 잘 칠 수 있을까 또 고민하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