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스포츠] 女농구 ‘트리플 더블 괴물’ 박지현 “제 롤 모델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3일 16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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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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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다. 만능이다. 국내 여자농구 판도를 뒤흔들 차세대 ‘5G 가드’가 등장했다. 그 주인공은 올해 춘계연맹전에서 두 차례 트리플 더블(31점 28리바운드 10어시스트, 31점 21리바운드 10가로채기)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박지현(숭의여고3). 그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남달라’여서다.

일단 보기 드문 장신 가드다. 고교 입학 때 178cm였던 키가 지금은 185cm. 그런데 키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ing)이다. “지금도 크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중학교 때부터 엄마가 아침과 저녁에 꼭 우유 500ml씩 먹게 했어요. 집에서도 아침부터 소고기를 먹었고 외식 때도 무조건 고기만 먹었어요.”

장신이지만 단신 가드처럼 날렵하다. 지난 춘계연맹전에서 트리플 더블 중 한번은 가로채기(10개)로 기록했다는 것이 그 증거다. 진기록이다. 국내 여자프로농구에서 나온 국내 선수 트리플 더블은 총 26차례. 그런데 가로채기가 포함된 것은 단 한번도 없다.

홍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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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박지현은 올해 10월 열릴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신인 드래프트 1순위를 사실상 예약했다. WKBL은 팀을 해체한 KDB생명 인수 구단에 박지현 우선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방안을 모색할 정도다.

여자프로농구 통합 6연패를 달성한 우리은행의 위성우 감독은 “박지현은 지금 당장 프로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 발도 빠르고 몸놀림, 리바운드도 좋다. 가능성이 엄청나다. 성인 대표팀에도 뽑힐 만 하다”고 평가했다.

초등학교 때 육상선수(전국대회 800m 3위. 100m 4위)였던 박지현은 4학년 때 유소년 농구클럽을 통해 농구에 입문했다. ‘될성부른 떡잎’을 알아본 지도교사는 그를 곧바로 ‘엘리트 팀’으로 보냈다. 농구 2년차인 선일초교 5학년 때 이미 WKBL 총재배 어린이 농구 큰잔치에서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다.

중학교 시절 대한농구협회가 선정한 유망주 12명에 포함돼 미국으로 떠나는 캠프에도 종종 참가하며 더 큰 무대를 향한 꿈을 키웠다.

“제 롤 모델은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캔디스 파커 선수입니다. 미국 캠프에 처음 갔을 때 WNBA 경기를 구경 가서 본 선수예요. 키가 저처럼 큰데 안에서도 밖에서도 다 하더라고요. 저랑 스타일이 비슷해서 보고배울 게 많다고 생각했어요.”

박지현은 숭의여고 1학년 때부터 국가대표로 국제농구연맹(FIBA) U17 여자농구대회에 출전해 국제무대 경험도 쌓았다. 자신보다 앞선 ‘괴물 신인’ 박지수(KB스타즈)와도 이때 함께 운동한 경험이 있다.

“대표팀에서 처음 만났는데 언니가 먼저 말을 걸어줬어요. 훈련할 때 혼나서 운 적이 있는데 언니가 따로 불러서 ‘언니도 다 그런 적 있다, 다 너한테 도움이 된다’고 했어요. 또 간식도 많이 챙겨줬어요(웃음).”

홍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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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스피드 덕택에 고교무대에서 ‘압도적인’ 장신 가드인 그는 고2 때인 2017년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는 최우수선수, 리바운드상, 어시스트상, 수비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2018년 춘계연맹전에선 리바운드 1위(평균 20.3)를 차지하면서 경기 당 평균 29점을 터트렸다.

올해는 국내 여자농구 선수 중 최초로 미국프로농구(NBA)의 국제개발 프로그램인 ‘국경 없는 농구 글로벌 캠프(BWB)’에 참가하고 돌아와 자신감이 더 붙었다.

“나름 잘 하고 와서 꿈이 커졌어요. 실력이 좋은 선수들이랑 같이 농구를 했는데 크게 밀리지는 않는다고 느꼈어요.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꿈은 크게 가져야죠. (인정받을 수 있는 선수가) 되면 좋고, 모자라면 더 열심히 하면 되는 거고요.”
홍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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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중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마치고 숭의여고 코치로 부임한 이호근 전 삼성생명 감독 밑에서 담금질을 하고 있는 박지현은 프로무대가 두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설렘이 더 크다.

“(박)지수 언니는 이제 2년차인데 완전 ‘오래된 사람처럼’ 너무 잘해 멋있어요. 그런데 언니가 경기 중 코피도 흘리고 너무 힘든 모습이 보이는 거예요. 진짜 프로는 몸싸움부터가 다르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감독님도 언니들도 프로에서 수비가 안 되면 버티기 힘들다고 얘기 많이 해줘요. 감독님도 그걸 잘 아시니 수비에 대해 많이 알려주셔서 수비 훈련 때 더 집중하려고 해요. ‘고교와 프로는 다르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어요. 저도 그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프로에서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어요.”

사진 제공 점프볼
사진 제공 점프볼

사진 제공 점프볼
사진 제공 점프볼

사진 제공 점프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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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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