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은 모두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해 뛴다. 물론 온도 차이는 있다. 지난해 우승 문턱에서 휴스턴에 무릎을 꿇은 류현진의 LA 다저스, 창단 후 아직 별이 없는 추신수의 텍사스는 한층 더 간절하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한 팀이 있다. 지난 2년간 정글과도 같은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에서 거푸 정상을 밟은 보스턴이다. 올 시즌 출발은 순조롭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두 바퀴로 달리는 보스턴
지난해 여름 거의 매일 이겼던 다저스를 연상시킨다. 개막전 패배 후 9연승, 6연승으로 19일(한국시간) 현재 15승2패, 승률 0.882다. 맞대결 전까지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를 다퉜던 LA 에인절스마저 18~19일 연파했다. 잘 나가는 팀들의 공통적 특성이 보스턴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 중 투타의 밸런스가 단연 발군이다.
팀 타율은 0.283으로 2위, 팀 방어율은 2.82로 3위다. 특히 주목할 수치는 팀 장타율과 선발진 방어율. 각각 0.485와 1.91로 나란히 1위다. 팀 홈런은 22개(공동 7위)로 다소 떨어지는데, 높은 장타율로 상쇄하고 있다.
올해 보스턴의 최대 강점으로 지목된 선발진은 거의 난공불락 수준임이 1점대 방어율로 입증된다. 초보 사령탑 알렉스 코라(43) 감독의 주가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헤매는 양키스
보스턴의 강세는 경쟁자들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겨울 보스턴과 비슷한 행보를 보인 라이벌 뉴욕 양키스와 특히 대비된다. 양키스는 19일까지 8승8패로 근근이 5할 승률을 맞추고 있다. 양키스도 자기 팀 선수 출신인 애런 분(45)을 새 사령탑으로 임명하고 새 시즌을 맞았다. 여기에 지난해 마이애미 소속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왕(59개)과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를 휩쓴 거포 지안카를로 스탠튼을 영입했다. 그러나 분 감독도, 스탠튼도 아직은 행복하지 않다.
스탠튼은 16경기 동안 저조한 타율(0.197)과 무더기 삼진(29개)으로 비난세례에 직면했다. 홈런은 화끈했던 개막전(2개) 이후 1개만 더 보탰다. 그래도 전체적인 팀 타선은 괜찮다. 타율은 0.248(6위), 홈런은 22개(공동 7위), 장타율은 0.440(5위)으로 준수하다.
문제는 마운드다. 팀 방어율(4.68·23위), 피안타율(0.243·19위) 모두 하위권이다. 당초 약점으로 지적됐던 선발진은 물론이고 상대적 강점이었던 불펜까지 아직은 기대치를 밑돈다. 선발진 방어율은 4.84(21위), 구원진 방어율은 4.48(23위)이다.
●무시무시한 무키 베츠&릭 포셀로
리드오프 무키 베츠와 우완투수 릭 포셀로가 보스턴의 초반 강세를 이끌고 있다. 베츠는 지난해 팀내 최다인 24홈런을 터트렸다. 올 시즌에는 초반이지만 커리어 하이를 향해가고 있다. 19일 현재 타율 0.390, OPS 1.249, 5홈런, 13타점으로 펄펄 날고 있다. 18일 에인절스전에선 3홈런을 몰아쳤다.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를 2차례 상대해선 각각 7개, 9개의 공을 던지게 하며 솔로홈런, 4구를 얻어냈다. 베츠에게 괴롭힘을 당한 오타니는 결국 2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왔고,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첫 패전을 안았다.
보스턴 유니폼을 입고 2번째 시즌이었던 2016년 22승4패, 방어율 3.15로 AL 사이영상을 거머쥔 포셀로는 지난해 11승17패, 방어율 4.65로 급전직하했다. 올해는 다르다. 선발 등판한 4경기 모두 승리를 챙겼다. 방어율도 1.40에 불과하다. 25.2이닝 동안 피홈런 없이 탈삼진은 23개를 기록 중이다. 볼넷도 1개뿐이다. 똑같이 4경기씩 책임진 두 좌완 특급 크리스 세일(1승·방어율 1.23·22이닝 투구)-데이비드 프라이스(2승1패·방어율 2.25·20이닝 투구)를 능가한다. 현재로선 포셀로가 에이스다.
●적절했던 보스턴의 선택
2004년 ‘밤비노의 저주’를 풀고 통산 6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신고한 보스턴은 2007년과 2013년에도 월드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지난 2년 연속 지구 우승으로 다시 월드시리즈 우승 희망에 부풀었다. 그러나 모두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했다. 2013년 우승 사령탑인 존 패럴 감독을 경질하고 메이저리그 코치 경력이라곤 지난 한 해 휴스턴 벤치코치가 전부인 코라를 새 사령탑으로 앉힌 이유다. 한때 ‘코리안특급’ 박찬호와 다저스에서 한솥밥을 먹어 한국 팬들에게도 친숙한 코라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 휴스턴에서 체득한 선수단 관리능력을 보스턴에서 발휘하고 있다. 초짜 같지 않다.
암흑기에도 그랬지만, 보스턴은 우승을 위해 끊임없이 필요한 선수들을 영입해왔다. 최근에는 정상급 선발투수에 집중했다. 2015시즌 포셀로, 2016시즌 프라이스, 2017시즌 세일을 잇달아 잡았다. 불펜 정비도 게을리 하지 않아 2016시즌을 앞두고는 마무리 크레이그 킴브럴을 데려왔다. 타선에선 2015년 핸리 라미레스, 올해 JD 마르티네스의 보강이 눈에 띈다. 올해 메이저리그 전체 연봉 1위(2억2300만달러)지만, 돈을 허투루 쓰진 않은 느낌이다.
아울러 ‘자체 육성’에도 공을 들여왔다. 타선에선 베츠를 비롯해 잰더 보가츠, 재키 브래들리 주니어가 대표적이고, 마운드에선 엑토르 벨라스케스,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가 돋보인다. 이들이 보스턴으로 이적해온 스타들과 조화를 이뤄 지금의 탄탄한 전력을 구축할 수 있었다.
정답이 여러 개일 수밖에 없는 야구단 운영에서 적어도 최근 보스턴의 방향성과 선택은 결코 정상궤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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