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 알바’ 뛰던 골프장에서 첫 승 일군 전가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4월 23일 05시 30분


전가람이 22일 경기도 포천 대유몽베르CC에서 열린 KPGA 투어 시즌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전가람은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을 가진 대유몽베르CC에서 KPGA 데뷔 3년 만에 감격적인 첫 우승을 거뒀다. 사진제공 | KPGA
전가람이 22일 경기도 포천 대유몽베르CC에서 열린 KPGA 투어 시즌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전가람은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을 가진 대유몽베르CC에서 KPGA 데뷔 3년 만에 감격적인 첫 우승을 거뒀다. 사진제공 | KPGA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3년차 신예 전가람(23)에게는 각별한 애정이 담긴 골프장이 있다. 바로 경기도 포천시에 위치한 대유몽베르 컨트리클럽이다.

전가람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15년, 이곳에서 5개월간 캐디로 일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몸담은 골프에 흥미를 잃어가던 찰나, 지인으로부터 일자리를 소개 받고 캐디백을 짊어졌다. 프로선수로서의 꿈을 접고 새 삶을 찾아 나서던 시점이었다.

그런데 당시 선택이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는 전환점이 될 줄은 본인조차 알지 못했다. 전가람은 그해 4월 열린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을 캐디 신분으로 지켜보면서 다시 골퍼로서의 꿈을 되찾았다. 그렇게 꼬박 3년이 흘렀다, 선배들의 플레이에 감탄하던 약관의 캐디는 23살 프로골퍼가 돼 아르바이트를 했던 바로 그 골프장, 그 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전가람은 22일 대유몽베르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총상금 5억원·우승상금 1억원) 최종라운드에서 샷이글을 포함해 버디 5개를 몰아치는 화끈한 플레이를 앞세워 15언더파 273타로 정상에 올랐다. 투어 데뷔 3년만의 감격적인 첫 우승. 전가람은 대회 개막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우승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막판에는 홀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3라운드와 4라운드 나란히 6타씩을 줄여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전가람. 사진제공|KPGA
전가람. 사진제공|KPGA

우승 직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전가람은 한동안 자신의 성적이 담긴 라이브스코어 보드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흐뭇한 미소도 입가를 떠나지 않았다. 당차게 인사를 마친 전가람은 “내가 꼭 우승을 하고 싶던 대회에서 목표를 이루게 돼 기쁘다. 대유몽베르 컨트리클럽은 나와 인연이 깊은 곳이다. 여기서 꼭 한 번 우승을 차지하고 싶었다”며 활짝 웃었다.

전가람은 “3년 전 골프에 흥미를 잃었는데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에 출전한 프로선수들을 보면서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나도 다시 해봐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그래서 그해 8월 캐디 일을 관두고 연말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통과해 이 자리에 섰다”고 회상했다.

전가람은 자신이 사는 곳에서 열린 대회에서 우승을 거둔 이색적인 기록도 남겼다. 2년 전 고향 의정부를 떠나 아버지의 사업장이 위치한 포천으로 거주지를 옮긴 전가람은 “우승 직후 부모님께서 정말 기뻐하셨다. 그리고 대회장 인근의 연천군으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는데 많은 분들께서 응원을 오셔서 큰 힘이 됐다”며 웃었다.

포천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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