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6·토트넘)에게 2018년은 도전 그 자체다. 현재 진행 중인 2017~201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생애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손흥민은 6월 2018러시아월드컵과 8월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다.
월드컵 D-50을 맞은 25일(한국시간), 설렘과 걱정이 교차할 손흥민을 영국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 트레이닝 그라운드에서 만났다. 손흥민은 “월드컵이 코앞인 지금은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면서도 “월드컵에서 얼마나 많은 열정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민들께서 즐거워하고 감동을 받을 수 있도록 뛰겠다”며 힘주어 말했다.
● “팔 부상 딛고 뛴 개막전이 가장 뿌듯해”
-23일 FA컵 준결승(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1-2 패) 이후 첫 인터뷰다.
“많이 아쉽다. 지금 생각해도 아쉽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역시 준결승에서 탈락했기 때문에 더 높은 곳을 바라봤었는데 많이 부족했다.”
-이번 시즌 개인 성적이 훌륭하다. 스스로에 대한 만족도는.
“만족하지 못한다. 겸손하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지만 이게 사실이다. 아직 발전하고 있는 단계다. 내 나이가 현재 26살이다. 이제 첫 걸음마를 뗐다고 생각한다. 갈 길이 멀고 배울 부분도 많다. 내가 벌써 만족해버리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나 리오넬 메시 같은 선수들을 어떻게 따라갈 수 있겠나.”
-아시아 선수가 유럽에서 성공하기는 힘든데 EPL에서 빠르게 적응했다. 비결이 무엇인가.
“비결이 따로 있지는 않다. 나는 그냥 축구가 너무 좋다. 이런 말을 써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축구에 미쳐있는 것 같다. 지금은 축구 자체가 내게 재미이고 행복이다.”
-이번 시즌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언제인가.
“시즌 개막전이었던 뉴캐슬전이다. 설¤던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팔 부상 이후 개막전에 뛰지 못할 줄 알았는데 뛰게 되서 기분이 좋았다.”
-반대로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언제인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떨어졌을 때다. 그 시기가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다.”
● “한국에서도, 영국에서도 나를 잘 못 알아보더라”
-영국 생활 3년차다. 지금 삶에 만족하는가.
“너무 좋다. 영국 날씨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나는 불만이 없다. 음식 역시 구단에서 잘 나오는 편이고 어머니께서 잘 챙겨주신다. 축구를 하기 위해 영국에 왔지, 영국을 즐기려고 온 것은 아니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 가도 축구만 있으면 좋다.”
-최근 영국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나를 많이 알아보기 때문에 잘 돌아다니지 못한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어떠한가.
“사실 한국에서도 잘 알아보지 못한다(웃음). 여기서는 사람들이 알아보면 사진 찍어드리는 일이 전부다. 그런데 사실 알아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국이 그리울 때가 있는가.
“친구들이나 형, 조카들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경기에 패한 뒤 다운돼 있을 때 한국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래도 이제 유럽 생활이 하도 오래돼서 하루 정도 지나면 괜찮아지더라.”
-영국에서 뛰는 한국선수들과 자주 연락하고 만나는가.
“다른 선수들과 거리가 너무 멀리 떨어져있어 자주 만나지는 못한다. (이)청용이 형은 가족이 있고, (기)성용이 형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지)소연이 누나는 시즌 중이라 바쁘다.”
● “이번 월드컵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월드컵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기대가 되는지 궁금하다.
“시즌 중이지만 항상 생각하고 있다. 다만 기대보다는 걱정이 많이 앞선다. 2014브라질월드컵 때는 기대가 컸지만, 이번 대회는 걱정이 더 된다. 4년 전에는 내가 마냥 어린 선수였다. 지금은 월드컵을 경험한 선수다. 월드컵이 얼마나 어려운 무대인지를 잘 안다. 그래서 쉽게 생각할 수가 없다.”
-최근 대표팀 유럽 평가전을 통해 느낀 점은.
“선수들이 자신감에 차 있다. 약점도 많이 보였지만 ‘우리가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자신 있다. 잘했으면 좋겠다.”
-국민들이 기대하는 국가대표팀의 모습은 뭐라고 생각하나.
“열정이다. 얼마나 많은 열정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우리가 그라운드에서 얼마나 많은 열정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국민들께서 즐거워할 수도 있고, 감동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가 열정 없이 ‘될 대로 돼라’고 뛰면 당연히 국민들께서 실망하실 것이다. 4년에 한 번 오는 월드컵인 만큼 그런 부분을 가장 신경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