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선수 드래프트, 현대모비스로… 2012년 KBL 데뷔 챔프전 3연패
친정팀 취약한 골밑 보강 기대감
현지 시간 26일 새벽.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 근처 한 호텔 방에서 선잠으로 뒤척거리던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카카오톡 메시지 도착을 알리는 효과음에 눈을 떴다. 외국인선수 정보 수집을 위해 유럽 출장 중이었던 그는 같은 시간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 귀화 리카르도 라틀리프(29·199cm) 드래프트’ 결과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의 휴대전화에 ‘감독님 선발됐습니다’라는 이도현 모비스 사무국장의 보고가 뜨자 유 감독은 “그만한 선수가 없다”며 기쁨을 표시했다.
이날 드래프트에서 모비스는 골밑 보강이라는 공통 목표를 위해 참가 신청을 한 SK, KCC를 제치고 3분의 1의 제비뽑기 확률을 차지해 라틀리프를 뽑았다. 모비스와의 계약 기간은 3년이다. 첫 시즌 연봉은 48만 달러(약 5억2000만 원)이며 이후 50만4000달러, 51만6000달러로 해마다 인상된다.
라틀리프는 모비스를 코트 왕조로 이끌었던 일등공신. 미주리대 졸업 후 2012년부터 3시즌 동안 모비스 유니폼을 입고 팀의 챔피언결정전 3연패를 주도했다.
미국 미주리주 집에 머물고 있는 라틀리프는 “뛰었던 팀으로 가게 돼 고향 집에 돌아가는 기분이다. 너무 기쁘다”며 “유재학 감독님은 내게 첫 기회를 주신 분이고 몰랐던 농구를 가르쳐주신 분이다. 다시 우승컵을 갖고 싶다”고 기대감을 밝혔다.
유 감독은 “3연패를 달성한 좋은 추억을 되살리고 싶다. 6년 동안 국내에서 뛰면서 한국 농구에도 적응을 완전히 마쳤다. 자신감도 넘쳐 보인다”고 말했다.
라틀리프는 지난 시즌 삼성에서 경기당 평균 24.58득점(2위)에 리바운드 13.6개(1위)를 기록했다. 59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작성하기도 했다.
라틀리프의 가세로 모비스는 취약한 골밑을 강화하게 됐다. 또 부상 중인 국가대표 센터 이종현이 복귀하면 포스트에서 시너지 효과를 노리게 됐다.
모비스 간판 가드 양동근은 “3연패의 대기록을 같이 만들어낸 동료의 컴백을 환영한다. 우리 팀과 다른 KBL 팀들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광 해설위원은 “삼성에선 국내 선수와 조화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모비스에서는 국내 선수 사기를 끌어올릴 수 있다. 선수 통제를 잘하는 유 감독과 잘 맞을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라틀리프의 가세로 모비스 외국인선수 선발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유 감독은 “앞선에서 볼 배급을 잘하는 선수를 우선 고려할 생각이다. 가성비가 좋은 미국 대학을 갓 졸업한 유망주 가운데 발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라틀리프 영입으로 모비스는 외국인선수 2명의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이 다른 구단(70만 달러)보다 낮은 42만 달러로 제약을 받는다. 1명만 선발하면 최대 35만 달러에 영입 가능하다. 라틀리프 영입에 따른 다른 구단과의 형평성을 감안한 조치다.
올해 귀화 후 라건아라는 이름을 얻은 라틀리프는 한국 국가대표로 선발돼 8월 아시아경기에도 출전하지만 국내 프로리그에선 향후 6시즌 동안 외국인선수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모비스는 외국인선수 2명이 동시에 뛸 수 있는 2, 3쿼터에 라틀리프를 기용하면 단신(186cm 이하) 외국인선수는 한 명만 내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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