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기’의 재발견이다. 신본기(29·롯데)가 팀이 필요할 때 한 방을 때려내며 승리의 파랑새가 됐다. 벌써 시즌 4호포로 거인 군단 유격수 새 역사를 노리고 있다.
롯데는 2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홈경기를 4-3으로 승리했다. 2-2로 맞선 4회 터진 신본기의 투런포가 결승점이었다. 신본기의 시즌 네 번째 아치였다. 이 페이스대로면 신본기가 롯데의 유격수 홈런 기록을 새로 쓸 전망이다.
2012년 롯데에 입단하며 1군에 첫 선을 보일 때부터 줄곧 수비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이름에서 따온 별명 ‘기본기’처럼, 흠잡을 데 없는 수비를 자랑했다. 대신 타격은 아쉬웠다. 첫 시즌 50경기에서 67타석에 들어섰지만 장타는 하나도 없었다. 병역 의무를 마친 후 두 번째 시즌이었던 지난해까지도 그 모습은 이어졌다. 신본기는 작년 128경기에서 타율 0.237 5홈런 47타점을 기록했다. 장타율은 0.317에 불과했다.
전형적인 ‘수비형 유격수’였던 신본기는 올해 완벽한 반전을 선보이는 중이다. 신본기는 29일까지 팀이 치른 29경기에 모두 나서 타율 0.333 4홈런 21타점을 기록했다. 장타율은 0.548에 달한다. 지난해까지 신본기의 장타율 ‘커리어하이’는 2014년의 0.407. 이 기록을 훌쩍 넘길 기세다.
신본기는 롯데의 새 역사에 도전하고 있다. 롯데는 전형적으로 ‘거포 유격수’와 거리가 먼 팀이었다. 1990년대 이후 김민재~박기혁~문규현 등이 계보를 이었지만, 화끈한 홈런포를 갖춘 자원은 아니었다. 전형적인 콘택트 능력에 안정된 수비만 뒷받침됐다. 롯데 유격수 중 단일시즌 최다 홈런 기록은 1988년 정구선의 12홈런이다. 각 팀의 역사를 살펴보면 거포 유격수 한두 명쯤 있다는 걸 감안하면, 무게감이 덜하다.
29경기에서 4홈런을 때린 신본기의 페이스를 144경기로 단순히 환산한다면 약 20홈런을 때려내게 된다. 신본기의 페이스가 지금보다 오를 수도,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흐름이라면 롯데 유격수의 새 역사를 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고 장점인 수비가 희석된 것도 아니다. 신본기는 내야가 두텁지 않은 팀 사정상 2루(68이닝)와 3루(31이닝), 유격수(127이닝)를 모두 오가며 기록한 실책은 단 1개뿐이다. 장점은 살리되, 약점을 또 하나의 장점으로 바꾸고 있는 신본기다.
신본기는 경기 후 “아내가 챙겨주는 보양식 덕에 체력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홈런 욕심보다는 콘택트에 신경 쓰고 있다. 그러면서 장타가 나오는 것 같다. 일종의 덤이다. 홈런 신기록이 탐나진 않지만, ‘롯데의 유격수’하면 나를 떠올리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