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K리그1은 ‘신인기근’이었다. 프로 데뷔 첫 해부터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친 선수가 점점 줄었다. 이에 K리그 시상식에서도 ‘신인선수상’이 폐지됐다. 2013년부터 23세 이하, 데뷔 3년차 이내, 해당 시즌 1부 리그 경기 50% 이상 출전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영플레이어상’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전북 현대의 수비수 김민재(22)는 오랜만에 등장한 순수 루키, 진정한 신인왕이었다.
그 흐름을 이어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에서도 시즌 초반부터 ‘진짜’ 신인들의 활약이 눈에 띄고 있다. FC서울의 조영욱(19)과 수원 삼성의 전세진(19)은 팀의 주축 공격수로 자리 잡으면서 K리그1에 ‘10대 열풍’을 불어넣었다. 여기에 또 한 명의 진정한 신인이 영플레이어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북의 수문장 송범근(21)이다.
● 최강 전북, 무실점 행진의 숨은 공로자
K리그1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전북은 최근 8연승과 함께 7경기 연속 무실점 경기를 펼치고 있다. 김민재, 최철순(31), 이용(32) 등 수비수들의 공헌이 절대적이지만, 골키퍼 송범근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3월 1일 울산 현대와의 리그 개막전부터 주전골키퍼로 데뷔전을 치른 송범근은 올 시즌 9경기에 출전했다. 실점은 3월 18일 서울과 2라운드에서 김성준(30)에게 한 골을 내준 것이 전부다.
송범근은 “처음 경기에 나갈 때만해도 긴장을 많이 했다. 4~5경기 때까지도 그랬던 것 같다. 늘 잘하려고 생각해서 긴장을 많이 했었다. 경기를 뛰면서 분위기에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무실점 행진에 대해 “앞에서 형들이 정말 잘 막아준다. 강원FC와의 경기(4월 25일)에서는 제리치가 있어서 비디오 분석을 하고 준비를 많이 했는데, 형들 덕분에 힘들지 않았다. 좋은 수비수들이 많다보니 내게 공이 많이 오지는 않는다. 나는 크게 어려울 것이 없다”며 웃었다.
● K리그 최초 ‘골키퍼’ 영플레이어상 도전
골키퍼는 마지막 수비수다. 최근 들어 K리그1 각 구단이 공격축구 색깔을 강하게 내면서 골키퍼의 중요성은 더 높아졌다. 그러나 골을 막는 입장이다 보니 골을 넣는 공격수나 골 찬스를 만들어내는 공격형 미드필더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역대 신인상 혹은 영플레이어상에 있어서는 더욱 빛을 보지 못했다. 1983년 출범 이래 K리그 시상식에서 골키퍼가 신인상 혹은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수비수 신인상(영플레이어상)도 조우석(1991년·당시 일화 천마), 정광석(1993년·당시 대우 로얄즈), 김민재 등 3명 뿐이다.
올 시즌 송범근의 목표는 K리그 최초의 골키퍼 신인왕이다. 송범근은 “골키퍼는 조연일 뿐이다. 그래서 골키퍼 신인상이 없었던 것 같다.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공격수 포지션에 비해 빛나지 않겠지만, 팀이 우승하면 함께 빛날 것”이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