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가장 뼈아픈 패배는 뒷심 부족에 따른 역전패일 것이다. “다 이긴 경기를 내주면, 그 타격이 생각보다 오래 간다”는 한 현직 감독의 말이 이를 설명한다. 반대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는 역전승만큼 좋은 게 없다. 내내 끌려가던 경기를 역전승으로 장식하면 그 효과는 1승 이상이다.
‘뒷심’을 설명하는 지표는 극히 한정돼있다. 세이브와 역전승, 블론세이브와 역전패가 대표적이다. 타격에선 경기 후반인 7~9회 성적과 박빙 상황의 지표가 그것이다. 이를 통해 본 2018시즌 최강의 뒷심을 자랑하는 팀은 KT였다. 1군 진입 후 세 시즌 동안(2015~2017시즌) 뒷심 부족으로 곧잘 무너지며 3년 연속 꼴찌에 머물렀던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 경기 후반 승부처에 몰아친다!
KT의 올 시즌 ‘7회 이후 2점차 이내’일 때 타율은 0.323(130타수 42안타)으로 리그에서 가장 높다. 7회 이후는 경기 후반, 2점차 이내는 박빙의 상황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절체절명의 승부처다. 이 상황에서 타율이 높다는 것은 추가점과 만회점이 필요한 상황에 타자들이 집중력을 발휘했다는 뜻이다. 29일 수원 KIA전 4-3으로 앞선 8회 유한준이 쐐기 솔로 홈런을 터트린 것이 좋은 예다. ‘슈퍼 루키’ 강백호(0.400·10타수 4안타)를 비롯해 멜 로하스 주니어(0.353·17타수 6안타), 심우준(0.625·8타수 5안타), 유한준(0.417·12타수 5안타), 윤석민(0.357·14타수 5안타) 등 팀의 핵심 타자들이 ‘7회 이후 2점차 이내’의 승부처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점수차를 배제하더라도 KT의 7회 이후 팀 타율은 0.332(16홈런)로 리그에서 가장 높다. 이 부문 2위 두산(0.276)과 격차도 0.056으로 작지 않다. 팀 홈런 2위(49개)를 자랑하는 강타선이 후반에 더욱 집중력을 뽐냈다는 의미다. 7회 이후 타율 꼴찌 넥센(0.218)과 격차는 1할이 넘는다.
● 리그 최다 11회 역전승!
KT는 지난 3년간(2015~2017시즌)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113차례 역전패에 울었다. 역전승은 78승으로 가장 적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리그 최다 역전승(11승)을 기록 중이다. 8차례 역전패(최다 5위)를 당했지만, 과거와 견줘 뒷심이 강해졌다는 게 기록으로 드러난다. 리그 4위(15승 16패)에 올라있는 비결이다. LG, KIA와 함께 리그에서 가장 적은 3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 중인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리그 최저 역전승(5승)과 최다 역전패(13패) 탓에 최하위(10위·11승20패)를 면치 못하고 있는 삼성과 대조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