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한용덕 감독은 지난 1월 한 자리에서 ‘밀레니엄 베이비’ 김진욱(18)의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합류 소식을 전했다. 2018시즌 신인지명회의 2차 10라운드(전체 94번)의 낮은 순번에 지명한 김진욱의 입단 첫해 캠프 합류 소식은 많은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때까지만해도 그는 KT 김진욱 감독과 동명이인으로만 알려져 있었고, 2차 1라운더(전체 4번) 이승관도 2군 캠프에서 투구폼을 다듬기로 결정한 상황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당시 한 감독이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 이유는 다소 특별했다. 김진욱의 피칭이 아닌, 롱토스를 하는 모습을 보고 매력을 느꼈단다. “서산에서 피칭은 하지 않고 롱토스를 하더라. 던지는 모습을 보니 릴리스포인트가 일정했고, 내야수 출신이라 그런지 손목 스냅을 활용할 줄 알더라. 불펜과 실전 피칭까지 한 번 보면 좋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될 것 같더라.” 김진욱에 대한 한 감독의 첫 인상이다. 그랬던 김진욱이 지금은 1군 엔트리에서 빠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고구속 150㎞의 직구는 모두를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4월 29일 사직 롯데전에선 데뷔 첫 선발등판까지 소화했다. 본인에게도 믿을 수 없는 반전이다.
김진욱은 유신고 시절 평균구속이 130㎞대 후반이었고, 최고구속도 142㎞에 머물렀다. 냉정히 말해 강속구 투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스스로도 “고교 시절 구속을 올리기 위해 무리해서 던지다가 어깨가 아파서 그만두곤 했다”고 회상했다. 이는 김진욱의 한계가 아니었다. 단지 잠재력을 모두 터트리지 못했던 것이다. 프로 입단 후에만 구속이 8㎞나 증가한 것이 단적인 예다. 캐치볼부터 다시 시작하며 몸에 맞는 훈련 요령을 익힌 것이 반전의 시발점이었다. “프로 입단 직후 무엇이 부족한지 알고 배우니 구속도 오르더라. 고교 시절에는 요령을 모르고 덤볐던 것 같다. 지금은 모든 것이 정말 재미있다.”
단지 구속만 오른 것이 아니다. 애초부터 강했던 싸움닭 기질이 프로에서도 통하고 있다. 기술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도 한뼘 더 성장했다는 의미다. “내가 네게 무엇을 원하는지 아느냐”는 한 감독의 질문에 “제가 씩씩하게 던지는 것입니다”라고 거침없이 대답할 정도로 강심장이다. 김진욱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싸움닭 기질이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실제로 인터뷰를 할 때보다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게 더 편하기도 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