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 찾지 못한 FC서울 이을용 감독대행의 하루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5월 3일 05시 30분


황선홍 감독의 자진사퇴로 FC서울 지휘봉을 이어받은 이을용 감독대행이 2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K리그1 11라운드 경남FC와의 경기에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황선홍 감독의 자진사퇴로 FC서울 지휘봉을 이어받은 이을용 감독대행이 2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K리그1 11라운드 경남FC와의 경기에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경남FC와 FC서울의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11라운드가 열린 2일 창원축구센터는 5월을 가리키는 달력이 무색할 만큼 차가운 공기가 가득했다. 오전부터 계속됐던 빗줄기는 저녁 무렵 가셨지만, 냉기를 품은 바람이 90분 내내 경기장을 휘감았다.

유난히도 짓궂었던 날씨는 원정팀 서울의 분위기와 맞닿아있는 느낌이었다. 서울은 봄의 끝자락에서도 따뜻한 기운을 만끽하지 못했다. 10라운드까지 부진한 성적(9위·2승4무4패)과 내부 불화, 지난달 30일 황선홍(50) 감독의 퇴진이 겹치면서 팀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개막 두 달 만에 위기를 맞은 서울은 이을용(43) 2군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서둘러 임명하고 수습에 나섰다.

이 감독대행은 이날 경기 전 최대한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프로 사령탑으로서 데뷔전을 치르는 날이었지만, 설렘 대신 부담감이 짙은 표정이었다. 전날(1일)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급히 첫 훈련을 지휘한 이 감독대행은 “나 역시 서울 출신으로 느끼는 바가 많았다. 예전의 서울을 재건하기 위해선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고 생각해 감독대행직을 수락했다”면서 “팀이 초반 이길 수 있는 경기들을 놓치면서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다. 일단 현재 위치에서 위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막중한 책임감을 드러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이 감독대행은 인터뷰 내내 어색함을 표했지만 각오를 묻는 질문에는 소신을 뚜렷하게 밝혔다. “선수들과 ‘경남전만 생각하자’고 이야기를 나눴다. 선수들도 팀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일단 한 두 경기만 잘 풀리면 반등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감독대행은 박주영(33)과 곽태휘(37), 두 베테랑을 공수에 선발 배치했다. 위기 상황에서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던졌다. 서울은 박주영을 중심으로 에반드로(31)와 안델손(25)이 양 날개를 부지런히 누비며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서울의 공격은 경남 수문장 손정현(27)의 선방 퍼레이드에 번번이 막히며 무위에 그쳤다. 서울은 승부를 보지 못한 채 0-0으로 경기를 마쳤다.

한편 경기 종료 후 박주영은 기자회견에 참석해 최근 벌어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태에 대해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박주영은 지난달 자신의 SNS에 황선홍 감독과 보낸 2년을 비판하는 글을 남겨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황 감독님을 저격하려는 마음은 없었다. 경기를 하다 보면 선수로서 팬들과 동료들에게 미안할 때가 있다. 최근 베테랑으로서 경기에 많이 나가지 못해 미안했다.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기 위해 글을 남기게 됐다”고 해명했다.

창원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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