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회 동아일보기 정구 단체전, NH농협 신예 이민선 각오 단단
8월 亞경기 엔트리 못들어 실망… “무너진 마음 세운다” 눈빛 달라져
차세대 여자 정구 에이스 이민선(20·NH농협은행)이 4일
라켓을 들고 웃고 있다. 그라운드 밖에서 수줍어하는
그는 코트에만 들어서면 승부사가 된다.
문경=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경기장 밖에선 수줍음 많던 소녀의 눈이 그라운드에 서자 날카롭게 돌변했다. 96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 첫날 일반부 남녀 단체전 경기가 열린 4일 경북 문경국제경기장. 이따금 모래바람을 동반한 강풍이 휘몰아치는데도 이민선(20·NH농협은행)은 눈 하나 깜빡하질 않았다. 그는 프로 데뷔 1년 차였던 지난해 대통령기 전국정구대회(제55회)에서 단식과 복식, 단체전 등 3관왕에 오른 한국 여자 정구의 유망주.
경기 직전 “원래 조용한 편인가”라는 질문에 “경기할 땐 좀 달라집니다. 보세요”라며 자신했던 이민선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올해 처음 맞이한 후배들 앞에서 이민선은 승부사의 기질을 유감없이 뽐냈다.
“‘고교 시절 에이스’란 자부심은 잊고 프로에서 뛰는 훌륭한 언니들을 보며 더 성장해야죠.”
이민선은 고교 3학년이던 2016년 전국체육대회에서 모교 경북관광고(현 경북조리과학고)에 개인 단식과 복식 우승컵을 안겼다. 이후 고교 에이스의 영예를 안고 야심 차게 프로에 데뷔했지만, 곧 시련에 부딪혔다.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 나설 국가대표 선발전이 3월에 열린 가운데 이민선은 국가대표에 선발되기는 했지만 실제 경기에 뛸 엔트리에는 들지 못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무너졌죠. 너무 아쉽고 자존심도 상했어요.”
그런 이민선은 이번 대회를 통해 반전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는 팀의 막내로 출전해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올해는 김영혜 문혜경 백설이가 대표팀 차출로 빠져 팀의 기둥이 돼야 할 상황. 이민선은 “언니들이 빠져 걱정도 되지만, 제가 그 공백을 메우고 팀에 좋은 성적을 가져다줄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은퇴한 한국 여자 정구의 전설 김애경을 닮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이민선이다.
장한섭 NH농협은행 스포츠단 부단장은 “민선이는 포핸드 스트로크가 강점인 선수로 노련미가 쌓이고 정신력만 잘 관리하면 차세대 여자 정구 에이스로 거듭날 수 있는 재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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