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박환(음성군청·오른쪽)이 7일 경북 문경국제정구장에서 열린 제96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 혼합복식 결승에서 일본의 이시이 유리(와타큐 세이모
아)와 짝을 지어 플레이를 하고 있다. 이들은 강덕구(서울시청)-송지연(문경시청) 조를 꺾고 혼합복식 1호 우승자가 됐다. 문경=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음성군청 박환(31)은 혼합복식 대진표를 처음 받아 든 뒤 난감했다. 자신의 파트너로 낯선 일본 선수가 결정됐기 때문. 국내 정구 대회에서 혼합복식 파트너는 출전 선수 가운데 무작위 제비뽑기로 이뤄진다.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았지만 박환은 환상의 팀워크를 이루며 한일 합작 초대 챔피언의 영광을 안았다. 박환과 일본 초청팀 와타큐 세이모아의 이시이 유리(27)가 그 주인공이다.
두 선수는 7일 경북 문경국제정구장에서 열린 제96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 혼합복식 결승에서 강덕구(서울시청)와 송지연(문경시청)을 3-0으로 완파했다.
우승한 뒤 손으로 V자를
그리며 기뻐하고 있는 박환과 이시이. 문경=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국내 단일 종목 대회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이 대회는 1923년 여자부만으로 출범한 뒤 2006년 남자 선수에게 문호를 개방한 데 이어 올해 혼합복식이 신설됐다. 이로써 박환과 이시이는 혼합복식 1호 우승자가 됐다.
박환은 “처음엔 막막했지만 게임을 거듭할수록 손발이 잘 맞았다. 작은 키에도 탄력이 좋고 발리가 워낙 강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 대회에 처음 출전한 이시이는 “정구 종주국 일본에도 90년 넘는 대회는 없다. 유서 깊은 무대에서 우승해 큰 영광이다. 음성군청 선수들이 열띤 응원을 해줘 고마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왼손잡이로 국내 남자 등록 선수 가운데 키(170cm)가 세 번째로 작은 박환은 서울시청 소속으로 뛰다가 강원 인제에서 포병으로 군 복무를 했다. 2016년 제대 후 음성군청으로 둥지를 옮겨 지난해 12월 같은 충북 연고인 옥천군청 정구 선수인 이현정과 결혼했다. 정구 커플인 박환은 “요즘 집에서나 코트에서나 여자 정구 선수 덕분에 좋은 일이 생긴다. 내년 세계선수권 국가대표 선발을 목표로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 두 오빠의 영향으로 정구를 시작한 이시이는 일본의 명문 와세다대(인간과학부 전공)를 졸업했다. 일본 대학대표로 뛰었을 만큼 출중한 실력을 지녔다. 병원 물품 서비스 관련 실업팀인 와타큐 세이모아에서 6년째 뛰고 있는 그는 평일 오후 3시까지 사무직원으로 일하다가 퇴근 후 오후 7시까지 운동을 하고 있다. 이번 대회 여자 일반부 단체전에서는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이시이는 “단신(148cm)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상대 플레이를 미리 간파하고 빨리 움직이는 동작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주인식 문경시청 감독은 “두 선수 모두 키는 작아도 탄탄한 기본기를 갖췄다. 스트로크와 네트 플레이, 서브 등이 고르게 강해 궁합이 잘 맞았다”고 말했다. 트와이스와 빅뱅 팬이라는 이시이는 “내년에도 동아일보 대회에 꼭 다시 오고 싶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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