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 아버지께 큰 힘 될 것” …김연화, 女고등부 복식 2연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8일 19시 42분


전북 순창 제일고 여자 정구부 김연화(18)는 우승을 확정지은 뒤 어딘가를 쳐다보며 환하게 웃었다. 오랜 세월 실과 바늘처럼 자신과 붙어 다닌 동갑내기 파트너 조은정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함께 기쁨을 나눴다. 8일 경북 문경국제정구장에서 열린 제96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 여자고등부 복식에서 2연패를 달성한 순간이었다.

김연화는 그 어느 때보다 이번 대회 우승을 간절히 원했다. 챔피언 타이틀이 지난달 불의의 사고로 의식 불명 상태에 빠져 부산의 한 종합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아버지에게 큰 힘이 될 것이란 믿음 때문이었다.

사연은 이렇다. 올해 49세인 김연화 아버지는 지난달 부산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5층에서 용접 일을 하다 추락사고로 중태에 빠졌다. 당시 장원배 대회를 앞두고 마지막 훈련에 집중하던 김연화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에 운동을 관두고 당장 아버지에게 달려가려 했다. 하지만 일단 대회에 출전하는 걸 아버지가 원하고 있을 것이란 가족의 만류에 대회에 나서 정상에 올랐다. 대한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김연화가 우승 후 아버지 병실을 찾았다. 평소 외부 자극에도 아무 반응이 없던 아버지가 ”아빠에게 자랑하려고 더 열심히 해서 우승했다“는 딸의 얘기에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이 일을 계기로 김연화는 코트에서 더욱 어금니를 깨물었다. 특히 이번 대회 결승이 열린 이날은 어버이 날이었다.

김연화는 “아빠에게 빨리 달려가 우승 소식을 전하고 싶다. 우승 하고 다시 오겠다는 아빠와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김연화는 찰떡 콤비 조은정과 한국 여자 정구를 이끌 차세대 주역으로 꼽힌다. 둘 다 170cm의 장신에 국내 여고 무대를 평정한지 이미 오래다. 고교 2학년 때인 지난해 동아일보기 대회에서 복식 우승 뿐 아니라 순창 제일고를 단체전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올해에도 회장기 대회 2연패를 비롯해 복식 3관왕을 차지했다. 김연화는 파워 넘치는 스트로크가 강점이다. 조은정은 스매싱과 쇼트 등 네트 플레이가 일품이라는 평가다.

문경=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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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 여자고등부 복식에서 2연패를 차지한 정구 유망주 김연화(오른쪽)와 조은정.

제96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 여자고등부 복식에서 2연패를 차지한 정구 유망주 김연화(오른쪽)와 조은정.

제96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 여자고등부 복식에서 2연패를 차지한 정구 유망주 김연화(오른쪽)와 조은정.

제96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 여자고등부 복식에서 2연패를 차지한 정구 유망주 김연화(오른쪽)와 조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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