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2008년 9연패를 당했다. 그 이후 이만큼의 장기 연패에 빠진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2017년 7연패가 최장이었다. 이랬던 LG가 2018시즌 4월 29일부터 5월 8일까지 8연패를 당했다. 4월 20일부터 4월 27일까지 8연승을 해낸 직후의 연패라서 체감상 받는 충격파는 더 컸을 것이다. 자칫 1991년 당했던 팀 최다 연패(10연패) 기록까지 나올 위기였다.
더 이상 물러설 없는 LG를 사지에서 구한 주인공은 외국인투수 헨리 소사도, 타일러 윌슨도 아니었다. 토종 간판투수 차우찬도 아니었다. 데뷔 이래 10승을 단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임찬규(26)였다.
알고 보면 임찬규는 2018시즌 LG의 최다승 투수다. 9일 잠실 롯데전에서 6이닝 1실점 투구로 시즌 5승(3패)을 얻었다. 방어율 1.42의 소사(3승)보다 승수가 많다. 운이 따랐다고 치부할 수만은 없음을 임찬규는 보여줬다.
임찬규의 가장 큰 장점은 담대함이다. 위압적 구위를 지니지 못했음에도 용감하게 자기 공을 던진다. 설령 맞아도 의연함을 잃지 않는다. 토종투수 중 드물게 투구 템포가 굉장히 빠르다. 롯데전에서 6이닝(94구) 동안 8안타를 맞는 와중에도 4사구는 1개도 내주지 않았다. 삼진은 5개를 잡아냈다. 1회 1사 1·3루에서 롯데 4번타자 이대호를 삼진으로 잡아낸 것은 압권이었다. 1-0으로 앞서다가 적시타를 맞고 동점을 내준 직후인 3회 2사 2루에서 다시 이대호를 피하지 않았다. 2루수 라인 드라이브 아웃으로 잡았다. 임찬규의 도망가지 않는 피칭에 LG 수비도 집중력을 발휘했다. 직구 최고구속이 142㎞임에도 주눅 들지 않았다. 2011년 입단 첫해 바로 마무리(7세이브)를 맡았을 당시의 강속구는 사라졌어도 담대함은 살아있었다.
임찬규가 마운드에서 버티는 사이, LG 타선은 박용택(결승 1타점)과 김현수(2타점)처럼 해줘야 할 타자들이 타점을 올려줬다. LG 류중일 감독은 연패를 끊기 위해 7회 김지용에 이어 8회 1사에서 마무리 정찬헌을 투입하는 초강수를 불사했다. 아웃카운트 5개를 맡긴 것은 곧 정찬헌을 10일 롯데전에 안 쓸 수 있음을 각오한 포석이었다. 정찬헌은 무안타 무실점으로 3-2, 1점차 승리를 지켜냈다. 투구수도 18구로 이상적이었다. LG는 잠실구장 5연패에서도 벗어났다.
임찬규는 2011년 9승이 최다승이었다. 2017시즌(124.1이닝)을 제외하곤 100이닝 이상 던진 시즌도 없었다. 시즌 8경기 만에 43.2이닝을 던졌고, 5승이다. 임찬규의 몬스터시즌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