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를 노리는 스윙은 삼진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자신감을 잃지 말라는 문장이다. 또 한 번 홈런 신기록을 갈아 치울 듯한 2018년 프로야구는 유독 그 ‘과세’가 심하다.
9일까지 187경기를 치른 올 시즌 KBO리그 홈런은 425개다. 시즌 전체 게임수인 720경기 로 환산하면 1636홈런 페이스다. 지난해 나온 KBO리그 통산 한 시즌 최다홈런(1547개)은 가뿐히 넘길 기세다.
증가한 홈런 수 못지않게 삼진 수도 늘었다. 총 2864삼진이 나왔다. 경기당 15.3개로 한 팀이 한 경기에서 약 7.6개의 삼진을 당한 수준이다. 지금의 추세라면 시즌 종료 때 리그 전체 삼진은 1만1027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종전 단일 시즌 최다 삼진 기록은 2015년 나온 1만553개로, 올해 이를 어렵지 않게 넘길 전망이다. 2015시즌 180경기를 치렀을 때 2722삼진이 기록됐으니 경신이 마냥 불가능해보이진 않는다.
개인 삼진 기록도 마찬가지다. 올해 리그 삼진 1위는 SK 최정(50개)이다. 홈런 선두 최정은 시즌 36경기 중 삼진을 당하지 않은 것이 6경기에 불과하다. 144경기 체제로 환산하면 200삼진을 기록하게 된다. 개인 한 시즌 최다 삼진 기록은 2000년 톰 퀸란(173개·당시 현대)이 갖고 있다. 최정이 18년 묵은 기록을 깰 가능성이 높다.
극심한 ‘타고투저의 시대’라고 불리는 요즘 프로야구에서 삼진수가 대폭 증가한 것은 왜일까.
현역 시절 삼진과 거리가 멀었던 교타자 출신인 KBSN스포츠 장성호 해설위원은 “타자들이 홈런을 노리는 만큼 삼진의 증가는 당연하다. 정비례 관계”라고 분석했다. 장 위원은 “수년째 타자들의 홈런 페이스가 상승곡선이다. 투수들이 생존법을 찾아야 했고, 종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이나 스플리터의 구사율이 늘었다. 홈런을 위해 타격 포인트를 앞에 두는 타자들이 꼼짝 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SBS 이순철 해설위원의 생각도 비슷했다. 이 위원은 “삼진이 늘었다고 투수의 수준이 올라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선을 그은 뒤 “우리 투수들의 수준은 여전히 높지 않다. 다만 지난해부터 스트라이크존이 분명히 넓어졌다. 타자들이 십수 년째 관성적으로 경험한 존과 다르니 삼진이 늘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늘어난 삼진은 ‘타고투저 시대’의 투수들에게 일종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140㎞ 후반 구속으로 상대를 윽박지르는 ‘영건 선발’ 롯데 윤성빈(9이닝당 탈삼진 10.01개), KIA 한승혁(8.80개)의 등장이 그렇다. 제구가 되는 빠른 공은 타자들이 홈런을 만들기 쉽지 않다. 장성호 위원은 “구속이 뒷받침되는 투수라면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 대신 높은 속구를 자주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순철 위원 역시 “윤성빈이나 한승혁 같은 선수들이 팀당 한 명씩만 있어도 지금의 삼진 페이스를 투수 덕으로 돌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타고투저 완화에도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