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현도훈(25)은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KBO리그의 새 얼굴이다. 그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일본으로 야구 유학을 떠났다. 대학교 2학년 때 중퇴를 한 후에는 일본 사회인야구단인 ‘노모 베이스볼 클럽’에서 뛰었다. 이후 2016년에 귀국해 2017년에는 국내 독립야구 구단인 ‘파주 챌린저스’에 입단했다. 파란만장한 삶의 시작이었다.
프로야구 감독 출신인 양승호 감독이 이끄는 파주 챌린저스에서의 경험은 그에게 인생 일대의 기회였다. 프로경험이 적지 않은 선배들과 한솥밥을 먹으며 열정적으로 배우고 또 익혔다. 프로를 향한 마음가짐이 가장 올곧게 서는 시점이었다.
거짓말 같이 기회는 찾아왔다. 그는 지난해 두산과 육성선수 계약을 맺었다. 이후 눈부신 기량발전을 보이며 2018시즌을 앞두고는 정식 선수로 계약했다. 그리고 지난 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생애 첫 1군 등판을 가졌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었다. 결과는 4.1이닝 7실점. 긴장감에 굳은 1회가 발목을 잡았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신기하게도 2회부터 호투를 펼쳤다. 조금씩 제 구위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귀한 프로 경험을 챙겼다. 등판 후 만난 그에게는 마운드 위보다 조금 더 여유를 찾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현도훈은 “처음에는 긴장이 조금도 되지 않더라. 나 스스로 ‘왜 이렇게 긴장이 안되는걸까’하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너무 긴장을 해서 체감을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1회에는 너무 흥분했다.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욕심이 앞섰다”고 덧붙였다.
급격하게 안정감을 찾은 것에 대해서는 “1회를 마치고 내려왔는데, 조인성 코치님이 따로 부르시더라. 정말 귀한 말씀을 해주셨다. 직접 내게 ‘힘들었을 때를 생각해라. 지금도 힘들겠지만, 그 때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냐. 저 마운드를 어떻게 밟게 됐는지 다시 생각해봐라’라고 말씀해주셨다”고 말했다.
김태형 감독의 조언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는 “(양)의지 형 미트만 보고 던지라고 말씀해주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긴장이 많이 풀렸다. 내가 너무 욕심을 낸 게 컸다”고 했다.
현도훈은 9일 날짜로 1군 엔트리에서 결국 말소됐다. 그러나 그의 도전이 끝난 것은 아니다. 김 감독은 “당분간 1군에 동행하며 몇 번 기회를 줄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다시 일어설 기회를 잡아야 하는 그에게 각오를 물었다. 현도훈은 “파주 챌린저스에서 심적으로 얻은 게 많다. 어떻게 보면 모두 맨 밑바닥에서 시작한 사람들 아닌가. 그때 생각이 많이 난다. 나는 원래 밑에서부터 시작한 선수다. 다시 한번 일어서 보겠다. 이제는 떨지 않고 내 공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며 굳은 각오를 밝혔다.
남다른 감사의 인사도 전했다. 그는 “첫 등판을 마친 뒤 챌린저스 식구들이 많은 격려를 해줬다. 전화를 못 받기도 했는데, 이후 다시 전화를 드려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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