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KBO리그를 뜨겁게 달궜던 메이저리그 진출 불길은 잦아들었다. 최근 최정(31·SK)과 나성범(29·NC)을 향한 미 현지의 관심이 감지됐지만 아직 구체적인 단계는 아니다. 과연 또 한 명의 ‘코리안 메이저리거’가 탄생할 수 있을까.
2010년대 초중반 메이저리그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가 흔했다. 2013년 류현진을 시작으로 2015년 강정호, 2016년 박병호, 김현수, 오승환, 이대호, 2017년 황재균이 차례로 빅 리그를 노크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에 남아있는 건 류현진(LA 다저스), 강정호(피츠버그), 오승환(토론토) 뿐이다.
최근 메이저리그의 시선은 최정과 나성범을 향하고 있다. 최정을 향한 미국의 관심은 그가 첫 프리에이전트(FA)를 앞둔 2014년부터 시작이었다. 당시 ‘CBS스포츠’ 소속이던 존 헤이먼은 “5툴 플레이어로 한국의 데이빗 라이트다”고 그를 평가했다. ‘팬그래프닷컴’은 올 초 나성범과 최정을 “아시아 최상위급 MLB 유망주”로 꼽았다. 이어 메이저리그 토론토의 스카우트가 지난 주중 마산 SK-NC전을 찾아 이들을 동시에 관찰했고, 토론토 단장은 현지 인터뷰에서 “나성범도 우리의 관심대상”이라고 밝혔다. 나성범은 이런 흐름에 발맞추듯 최근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아직 결정된 건 없다. NC 측은 “구단 차원에서 나성범과 보라스의 계약 여부를 언급하기 조심스럽다. 해외 진출 여부는 더더욱 그렇다”고 선을 그었다. SK 측도 “스카우트들이 몇 차례 방문했지만 최정을 향한 적극적 구애는 아니다. 그들의 관심 대상이 최정이라는 보장도 없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후 두 번째 FA가 되는 최정이 미국행을 노크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아울러 나성범의 경우, 해외 진출 의사를 굳히더라도 넘어야 할 장벽은 또 있다. 나성범은 2012년 NC 입단하며 첫해를 퓨처스리그에서 보냈다. 7년을 뛰어야 포스팅시스템 자격이 주어지는데, 나성범의 퓨처스리그 경력은 인정되지 않는다. 선수협 김선웅 사무총장은 “나성범이 입단 동기들에 비해 1년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KBO에 규정 손질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황은 쉽지 않다. MBC스포츠+ 송재우 해설위원은 “나성범의 기량은 미국에서 관심가질 만하다. 하지만 단순히 나성범과 NC의 의사로 그의 해외 진출 여부를 논할 수 없다. 리그 규약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KBO리그에서 해외 진출을 논할 만한 선수들은 최정과 나성범 외에 별다르게 눈에 띄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들의 빅리그행을 마냥 낙관하기는 힘들다.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또 다른 메이저리거의 탄생은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