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우(27·대구FC)는 신태용호에 승선한 유일한 K리그1 출신 골키퍼다. 그의 애칭은 ‘달구벌 데헤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골키퍼 다비드 데헤아(28)에 빗댄 표현이다. 대구FC는 몰라도 조현우는 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17일 대구 선수단의 숙소가 있는 대구 수성구 육상진흥센터에서 만난 조현우는 “먼 데(서울)서 오시느라 고생하셨다”라며 서글서글하게 묻는 딱, 동네 친구의 모습이었다.
“(국가대표 명단이 발표되던 14일) 집에서 아내, 딸과 함께 있었어요. 명단 발표 인터넷 중계방송을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로 긴장했죠. 휴대전화로 방송을 보던 아내가 ‘됐다’며 환호하는 소리에 그제야 명단을 살폈습니다.”
조현우는 2013년부터 6년째 대구의 골문을 지키고 있다. 2부 리그 강등(2014∼2016년)을 겪고 1부 리그에 올라와서도 하위권을 맴도는 팀(20일 현재 K리그1 최하위)의 골키퍼가 월드컵 대표팀에 발탁된 건 매우 이례적인 일. 낭중지추(囊中之錐·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눈에 띔)의 실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지난해 대구가 K리그1 8위를 기록했음에도 조현우가 K리그 ‘베스트11(골키퍼)’로 선정됐다는 사실만 봐도 그의 돋보이는 면모를 짐작할 수 있다.
“(약체 팀에 있으면) 상대의 위협적인 공격도 여러 번 겪을 수밖에 없고 골도 많이 먹죠. 어찌 보면 골키퍼가 성장하는 데 이만큼 도움이 되는 일도 없을 거예요(웃음).”
웃긴 했지만, 이 말을 하는 그의 속마음은 쓰린 듯했다. 올 시즌 꼴찌를 면치 못하는 팀 성적에 그는 밤잠을 설친다고 했다. 어린 선수가 많은 대구에서 어느덧 팀의 중심에 선 그의 어깨는 무겁다. 사실 책임감이 강하고 팀을 우선시하는 그의 이런 성격이 수비 조직력 강화에 골몰하고 있는 신태용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를 두고 맨유의 데헤아를 떠올린다는 사람들이 많다. 명장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77)이 2012∼2013시즌을 끝으로 27년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맨유는 팀 성적이 중위권으로 떨어지는 등 격랑의 시절을 보냈다. 그 시기 데헤아는 전설적인 골키퍼 ‘야신’처럼 슈퍼 세이브를 보여주며 맨유 팬들의 마음을 달래는 존재가 됐다. 올 시즌 대구의 조현우도 마찬가지. 물론, 마른 체형에 긴 팔, 동물적인 감각을 뽐내는 외형과 실력도 한몫했다.
“개인적으로 데헤아를 좋아하는데 팬들이 애칭으로 불러줘서 행복합니다. 축구하는 동안에는 계속 그 애칭을 듣고 싶어요.”
이제 조현우는 한국의 데헤아, ‘수호신’으로 거듭나길 꿈꾼다. 지난해 11월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데뷔전이었던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서 그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비록 1골을 내주긴 했지만 페널티 박스 바로 앞에서 상대 팀이 찬 프리킥을 온몸을 날려 막아내는 등 이날 부상으로 빠진 국가대표 주전 골키퍼 김승규(28·빗셀 고베)의 빈자리를 완벽히 메웠다.
이후 그해 12월에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서도 신 감독의 눈도장을 받아 국가대표 주전으로 뛰며 ‘대회 2연패’를 일궜다. 21일 국가대표팀에 소집된 조현우는 이제 김승규, 김진현(30·세레소 오사카)과 함께 수문장 주전 경쟁을 펼친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한국의 골문을 지킨 김병지를 보며 축구 선수의 꿈을 키운 그는 언젠가 딸 하린이에게 이렇게 소개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8월에 태어난 제 딸 하린이가 말을 알아들을 나이가 됐을 때 ‘아빠는 대한민국의 골대를 지키는 사람이야’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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