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 2학년 이승민(17)은 이 말을 ‘격언’처럼 여긴다. 평균보다 작은 174㎝의 키에 구속도 느린 이승민이지만 깔끔한 제구와 힘있는 볼끝을 앞세워 팀 승리를 이끌었다. ‘대구고 유희관(32·두산)’이라는 별명 그대로였다.
대구고는 2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2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동아일보사·스포츠동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 성남고와의 8강전에서 8-1, 7회 콜드게임승을 거두며 4강에 합류했다.
대구고는 1회 상대 선발투수 강민성이 흔들리는 틈을 타 2점을 먼저 올렸다. 그러나 2회, 선발투수 김주섭이 제구난으로 무사 1·2루 위기를 허용했다. 대구고 손경호 감독은 2회부터 ‘에이스’ 이승민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가 마운드에 오르자 경기를 지켜보던 구단 스카우트들은 “대구고 유희관이 나왔다”며 주목했다.
스카우트들의 기대대로였다. 이승민은 희생번트로 1사 2·3루를 허용한 뒤, 연이은 땅볼로 실점 없이 위기를 넘겼다. 그는 3회와 4회도 단 하나의 출루 허용 없이 깔끔하게 지웠다. 타선도 그 사이 3점을 뽑아내며 리드를 벌렸다. 이승민은 5회 연속 안타로 1점을 내줬지만 추가 실점은 없었다. 급히 마운드에 올라 3.1이닝 1실점을 기록한 이승민은 팀의 8-1 완승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이날 이승민의 최고구속은 127㎞에 불과했다. 그러나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그의 제구에 성남고 타자들은 맥을 못 췄다. 사사구가 하나도 없을 만큼 제구가 깔끔했다. ‘대구고 유희관’이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투구내용이었다. 경기 후 손 감독은 “(이)승민이가 위기에서 팀을 구했다. 컨트롤이 완벽했다”며 “승민이는 존에서 넣었다 빼는 제구로 이미 지역에서 유명하다”고 칭찬했다.
작은 키의 이승민은 신장이나 구속보다 제구력의 증가를 바라고 있다. 그는 “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구속도 마찬가지다. 구속은 겨우내 벌크업을 통해 늘릴 생각이다. 지금은 제구에만 신경 써서 팀의 우승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이승민은 한국의 마쓰이 유키(일본프로야구 라쿠텐)를 꿈꾼다. 마쓰이는 174㎝의 단신에도 일본을 대표하는 마무리투수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이승민과 마쓰이에게 작은 키는 장애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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