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손’, 시원한 한 방… 월드컵 감 잡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9일 03시 00분


온두라스 평가전 2-0 승리
손흥민 후반 빨랫줄 결승골
적극적 압박으로 멕시코전 대비… 포백 수비진 잦은 백패스 문제

후반 15분. 상대 골문을 향해 질주하던 이승우(베로나)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토트넘)은 숨을 한 번 고른 뒤에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슛을 시도했다. 그의 발을 떠난 공은 빨랫줄처럼 날아가 골 망을 흔들었다. 기성용의 결장으로 그 대신 생애 첫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과 생애 첫 성인 대표팀 경기에 출전한 이승우는 나란히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뒤 서로 얼싸안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3만3252명의 관중은 둘의 이름을 번갈아 연호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에서 손흥민의 결승골에 힘입어 2-0으로 이겼다. 북중미 팀인 온두라스는 한국이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두 번째 경기를 치를 멕시코를 대비한 상대다.


손흥민의 ‘한 방’은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기대하는 공격 장면이었다. 압박으로 상대 볼을 빼앗아 역습으로 전환한 뒤 골 결정력이 탁월한 최전방 공격수가 득점으로 마무리하는 모습이다. 한국은 독일, 멕시코, 스웨덴 등 강호들과의 월드컵 맞대결에서 수비를 두껍게 한 뒤 역습으로 나서 골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

4-4-2 전형을 가동한 신 감독은 대표팀에 새롭게 발탁된 선수 등 검증이 필요한 선수들을 기용했다. 막내 이승우와 소속팀에서 주전을 꿰차지 못해 경기력 저하 논란이 일고 있는 이청용(크리스털팰리스)이 양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신 감독은 “온두라스전을 통해 선수들이 코칭스태프의 주문 사항을 얼마나 철저히 수행하는지 살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손흥민의 골에 도움을 기록한 이승우는 투톱(손흥민, 황희찬)과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반면에 이청용은 킥의 거리 조절에 실패하는 등 실전 감각이 크게 떨어진 모습이었다. 게다가 그는 후반 11분 부상으로 문선민(인천)과 교체됐다. 상대 선수에게 밀려 넘어진 이청용은 절뚝이면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신 감독은 “이청용은 큰 부상은 아닐 것으로 보이지만 내일이 돼야 정확한 부상 정도 파악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청용을 대신해 투입된 문선민이 후반 28분 팀 승리를 확정짓는 쐐기 골을 터뜨리면서 대표팀의 측면 경쟁은 불이 붙었다. 기성용이 빠지고 정우영 주세종 등이 가담한 미드필더들은 적극적인 압박을 펼쳤지만 킬패스로 무장한 기성용에 비하면 공격 전개의 날카로움은 덜했다.

이날 대표팀 전체의 압박 수비는 안정적이었다. 신 감독은 경기 중에 자주 “좀 더 올라가!”라고 외치며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이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도록 주문했다. 손흥민과 황희찬(잘츠부르크) 등 투톱부터 적극적 압박을 보여준 대표팀은 경기 내내 주도권을 쥐었다.

신 감독은 “멕시코 등 북중미 팀을 상대할 때는 상대를 거칠게 다뤄 흐름을 타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포백 수비진의 잦은 백패스는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백패스를 줄이면서 상대의 압박을 벗어날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멕시코 등 움직임이 재빠른 팀에 패스를 차단당하면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대표팀은 다음 달 1일 전주에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평가전을 치른다.

대구=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2018 러시아 월드컵#온두라스 평가전#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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