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단장들이 5월 30일 전격 회동했다. 삼성 홍준학 단장을 제외한 9개 팀의 프런트 수장이 집결했다. 히어로즈와의 트레이드에서 발생한 뒷돈을 이 기회에 전부 공개하기로 합의했다. 사안의 무게감을 고려할 때, 악재는 빨리 털고 가는 것이 상책이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자진신고’의 형식을 취했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일단 넥센 히어로즈가 물어야 할 환수금액의 범위부터 난제다. 히어로즈가 몰래 챙긴 트레이드 뒷돈은 총액이 131억 5000만원에 달한다. 이 돈을 전부 걷겠다고 하면 사실상 히어로즈 야구단 문 닫으란 말과 마찬가지다.
이미 KBO는 자진신고 이전에 발각된, KT(5억)와 NC(1억)로부터 넥센이 받은 트레이드 뒷돈 6억을 전액 환수한다고 했다. 이래놓고 나머지는 ‘액수가 크다’는 이유로 봐줄 명분이 미약하다. KBO의 장윤호 사무총장은 31일 “자진신고와 아닌 케이스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트레이드 뒷돈을 히어로즈 야구단이 어떻게 썼는지도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살펴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히어로즈 고형욱 단장도 “KBO와 협의하겠다”고 원론적으로 말했다. 원칙을 훼손했다는 지적을 피할 ‘적정선’을 살피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또 다른 문제는 히어로즈에 뒷돈을 건넨 SK를 제외한 8개 구단을 어떻게 징계할까 여부다. KBO로서는 더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관건은 징계금인데 액수가 높다면, LG와 롯데처럼 건넨 돈이 많은 팀이 격렬하게 반발할 수 있다. 나머지 구단들도 예상치 못한 지출이 불명예스럽게 발생하는 것을 내심 원하지 않을 터다.
그렇다고 KBO가 자진신고를 했다고 봐주고 넘어가면 권위가 서지 않는다. 클린베이스볼을 이끌어갈 동력도 감소한다.
결국 징계의 강도를 놓고, KBO와 구단들 사이에서 내밀한 헤게모니 싸움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구단들은 KBO보다 힘의 우위에 있다고 생각해온 것이 현실이었다. 이번 사건을 통해 KBO리그가 투명해지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다만 KBO 정운찬 총재가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았을 때의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