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이닝을 던지며 200삼진을 넘게 빼앗은 선수가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다? 지난해까지 KBO리그 36년 역사에 단 두 명이 세 차례만 일궈낸 대기록에 헨리 소사(33·LG)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소사는 3일까지 올 시즌 12경기에 등판해 86이닝을 투구하며 5승3패, 평균자책점 1.88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과 최다 이닝 1위이며, 탈삼진 역시 80개로 1위 키버스 샘슨(한화·91개) 바로 아래다. 시즌 3분의 1을 치른 시점에서 리그 최고 투수로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소사는 2012년 KIA에 대체 외인 투수로 합류했다. 2014년 넥센을 거쳐 2015년 LG에 합류하며 올해 KBO리그 7년차를 맞이했다. 하지만 그가 올해도 LG 유니폼을 입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LG는 올 시즌에 앞서 외인 투수로 데이비드 허프와 레다메스 리즈를 고려했다. 소사 역시 후보군이었지만 3순위에 불과했다. 그러나 허프와 리즈 모두 계약이 불발됐고 소사가 LG에 남았다.
LG 소사. 스포츠동아DB
자존심에 생채기가 났기 때문일까? 소사는 올 시즌 초반부터 ‘소사이언 모드’로 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페이스를 감안하면 소사는 산술적으로 올 시즌 29경기에서 210이닝을 던지며 195삼진을 기록하게 된다. 다소 떨어진 삼진 속도만 약간 끌어올린다면 200탈삼진 고지를 무난히 넘길 수 있다. 5월 24일 잠실 KT전에서 14삼진으로 외국인 투수 한 경기 최다 삼진 타이기록을 작성한 소사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지금의 활약이 이어지면 소사는 KBO리그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아로새기게 된다. 지난해까지 36년 역사상 ‘1점대 ERA·200이닝·200탈삼진’을 동시에 달성한 투수는 단 두 명에 불과했다. 1986년 선동열(39경기 262.2이닝 214탈삼진, 평균자책점 0.99)과 1986년 최동원(39경기 267이닝 208탈삼진, 평균자책점 1.55), 1991년 선동열(35경기 203이닝 210탈삼진, 평균자책점 1.55)만이 대기록을 달성했다. 리그를 주름잡았던 외인 투수들 가운데서도 이러한 위업을 달성한 이는 없다. 만일 소사가 올해 이 기록을 달성한다면 1991년 선동열 이후 27년만의 대기록이 나오는 셈이다.
삼성 시절부터 외국인 투수 복이 없었던 LG 류중일 감독은 “소사가 던질 때면 긴장이 덜하다”며 ‘강한 외인 에이스’에 대한 고마움을 내비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