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외국인투수 에스밀 로저스(33)가 3일 잠실 LG전에서 김현수의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손에 맞아 큰 부상을 당했다. 검진 결과 오른쪽 약지 인대 손상 및 골절로 나타났다. 투구하는 손을 크게 다치는 바람에 최소 한 달 이상 공백이 불가피하다.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았지만, 득보다 실이 훨씬 더 컸다.
이는 투수가 수비 시 타구를 향해 본능적으로 맨손을 갖다 대는 행동이 얼마나 위험한지 다시 한 번 일깨운 사례다. 글러브를 끼지 않은 맨손은 투수가 공을 던지는 손으로 생명줄과 다름없다.
과거에도 맨손 수비 도중 아찔한 사례가 종종 나왔다. 부상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타구에 맨손을 뻗는 장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KT 니퍼트는 두산 시절인 2014년 6월 18일 잠실 LG전 4회 박용택의 땅볼 타구를 맨손으로 막다가 손가락을 다쳐 조기 교체됐고, 2013년 8월 3일에는 NC 찰리가 마산 한화전에서 고동진의 땅볼 타구를 막다가 오른손을 맞았다. 다행히 부상은 없었고, 8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까지 됐지만 위험한 플레이에 따른 벌금을 피하지 못했다.
투수는 손의 감각에 민감하다. 한 투수는 “손톱 1㎜ 차이까지 신경 쓰일 정도”라고 밝혔다. 2010시즌 LG 외국인투수 에드가 곤잘레스가 실수로 면도날에 손을 베인 뒤 제대로 된 투구를 하지 못하고 퇴출된 것이 일례다. 중량 140g 안팎으로 강도가 엄청난 야구공에 손을 갖다대는 행위는 투혼이 아닌 자살행위라는 방증이다. “장비의 발전으로 타구도 그만큼 강해지고 빨라졌다”며 “투수들도 이를 염두에 둬야 한다. 몸이 생명이다. 그래서 맨손으로 땅볼 타구를 잡으려 하는 행동도 지양하라고 강조한다”는 롯데 김원형 코치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