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러시아월드컵을 앞둔 축구국가대표팀이 사전전지훈련지 오스트리아 레오강에서 훈련강도를 본격적으로 높여가고 있다. 더 이상 여유는 없다.
대표팀은 5일(현지시간) 레오강 슈타인베르크 슈타디온에서 진행된 오전 훈련을 파워 프로그램으로 대체했다. 100여 분에 달한 훈련에서는 ‘공포의 삑삑이’로 불리는 셔틀런이 등장했고, 슛 게임에도 거친 몸싸움이 가미됐다. 세트피스 연마에 집중한 오후 훈련이 계획보다 1시간 이상 늦춰질 정도로 모두가 녹초가 됐다.
물론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스프린트와 몸싸움 위주로 1회차를 끝낸 파워 프로그램은 스웨덴과 월드컵 조별리그 F조 첫 경기(18일·니즈니노그보로드) 전까지 두 번 더 진행된다. 9일 레오강에서 2차, 월드컵 베이스캠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3차 훈련을 한다.
대신 강도는 조절한다. 대표팀 관계자는 6일 “지금은 체력을 끌어올린다기보다 적정선을 유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7일 인스부르크 티볼리 슈타디온에서 볼리비아 평가전을 갖지만 결과에 의미를 두지 않는 만큼, 신체 사이클을 ‘원 팀’으로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대표팀은 판단했다. 체력훈련을 하고 이틀 만에 정상적인 전력을 쏟기 어렵다.
그간 신 감독이 가장 우려한 부분은 바로 체력이었다. 지치지 않는 강철 체력으로 상대를 괴롭힌 2002한·일월드컵을 되새기며 파워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싶었으나 선수단 몸 상태가 너무 달랐다. “체력을 집중적으로 만들기 위해선 2주 이상 필요하다”며 씁쓸해하던 신 감독은 4일 첫 훈련을 마친 뒤 대부분 컨디션이 동일한 수준이 됐다는 반가운 보고를 받고, 깜짝(?) ‘지옥 훈련’을 결정했다. 대표팀은 매 훈련마다 GPS를 비롯한 각종 과학화 장비를 활용해 몸 상태를 데이터 수치로 체크해왔다.
혹독했어도 반응은 좋다. 핵심 미드필더 이재성(26·전북 현대)은 “꼭 필요한 훈련이다. 큰 경기에서 쉽게 볼을 잡는 상황은 적기 때문에 더 많이 움직이며 볼을 차지해야 한 번이라도 더 공격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렇다고 마냥 몰아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열심히 뛰기 위해선 확실한 휴식과 영양섭취가 뒷받침돼야 한다. 태극전사들의 운동·생체리듬이 계속 엇갈렸다면 파워 프로그램이 아닌, 음식과 영양제 등을 통한 체력 보충의 비중을 높이려했다. 다행히 앞으로는 훈련과 회복을 조화시킬 수 있게 됐다. 고른 영양 제공이 한층 중요해졌다. 아침식사를 제외한 매 끼니 칼로리까지 계산된 한식이 준비되는 것도 그래서다.
대표팀 스태프는 “훈련도, 휴식도 전쟁의 일부다. 잘 뛰고, 잘 먹고, 잘 쉬면서 좋은 컨디션을 만들면 월드컵에서 좋은 결실을 얻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그렇게 조금씩 신태용호는 희망을 끌어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