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스트리아 레오강의 슈타인베르크 훈련장. 축구 국가대표팀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은 발을 ‘쑥’ 하고 축구화에 밀어 넣었다. 간편하게 축구화 착용을 마친 손흥민은 축구화 끈을 매고 있는 몇몇 동료보다 일찍 벤치에서 일어나 몸을 풀기 시작했다.
축구 선수들은 경기나 훈련에 앞서 축구화 끈을 질끈 맨다. 격렬한 돌파를 할 때 축구화 끈이 풀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손흥민은 이런 걱정이 없다. 그의 축구화에는 끈이 없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아디다스의 ‘X18+’를 착용한다. 이 축구화는 빠른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제친 뒤 슈팅을 시도하는 선수를 위해 제작됐다. 아디다스 관계자는 “드리블을 할 때 끈에 공이 닿아 공이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것을 막기 위해 끈이 없는 구조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끈이 없기 때문에 축구화가 잘 벗겨지지는 않을까. 아디다스 측은 “발목 근처 등 축구화 위쪽 부위에 쫀쫀한 소재를 사용했다. 신발을 신을 때는 늘어났다가, 착용 완료 후 다시 발에 완벽히 고정되도록 복원된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X18+는 맨발에 가깝게 만들어져 볼을 터치할 때의 감각이 아주 좋고 미세한 컨트롤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통일된 유니폼을 입는 선수들이 각자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아이템이 축구화다. 대표팀은 후원 업체인 나이키가 각종 용품을 제공하지만 축구화는 예외다. 대표팀 관계자는 “훈련복과 슬리퍼 등 대부분을 나이키가 제공한다. 하지만 축구화는 선수별 계약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축구화를 신느냐에 따라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선수가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태용호’의 축구화 분포를 조사해본 결과 나이키(11명), 미즈노(6명), 아디다스(5명), 푸마(1명) 순으로 나타났다. 축구화는 착용하는 선수의 플레이 특성과도 연관이 있다. 미드필더 기성용(스완지시티)은 나이키의 ‘마지스타 오브라 II 엘리트’를 착용한다. 킥이 정확한 기성용의 축구화는 공이 많이 닿는 부위에 둥근 홈과 쿠션이 있다. 나이키 관계자는 “쿠션은 선수가 공을 차는 힘이 효율적으로 공에 전달되도록 한다. 패스 거리 조절과 볼 터치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스타 시리즈는 스페인의 ‘패스마스터’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애용하는 축구화로 유명하다. 이니에스타는 “마지스타는 공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날쌘돌이’ 측면 수비수 고요한(FC서울)은 미즈노의 ‘모렐리아 네오 2’를 착용한다. 선수들의 열정을 상징하는 빨간색 표면이 인상적인 축구화다. 미즈노는 축구화 무게를 가볍게 만들어 선수들의 스피드에 도움을 줄 수 있게 만들었다. 미즈노 관계자는 “축구화 소재로 캥거루 가죽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골키퍼 김진현이 착용하는 푸마 ‘퓨처(FUTURE 2.1 NETFIT)’는 포지션에 따라 끈의 위치를 조정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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