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는 총 40명의 감독대행이 있었다. 프로야구 역사상 첫 번째 감독 대행은 1982년 원년 4월 27일 삼미 이선덕 투수코치였다. 그는 박현식 창단감독이 물러나고 대행을 맡았다. 그리고 지난 3일 NC 김경문 감독이 전격 경질되고 유영준 단장이 지휘봉을 잡으며 40번째 대행이 됐다.
역대 총 40명의 대행 중 감독이 자진사퇴나 경질된 후 지휘봉을 잡은 것은 25명이다. 15명은 감독의 병가 등 부재 중 임시로 팀을 이끈 경우다. 2014년 LG 조계현 수석코치(현KIA 단장)는 17경기를 지휘했지만 정식 대행이 아니었다.
과거 대행은 감독으로 가는 지름길로 통했다. 통산 1962경기를 지휘한 강병철 전 감독은 1983년 롯데에서 대행을 맡은 후 이듬해 정식감독으로 승격했고, 1984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김성근 전 감독은 대행이 재기의 발판이 됐다. 2001년 LG에서 이광은 감독을 대신해 지휘봉을 잡았고, 2002년 정식 감독으로 승격해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2005년 7월 KIA는 유남호 감독이 물러난 후 서정환 코치가 대행을 맡았고 이듬해 감독이 됐다. 1998년 7월 빙그레 강병철 감독 대신 대행이 된 이희수는 이듬해 정식감독에 취임, 이글스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우승을 달성했다.
그러나 최근 흐름은 다르다. 2011년 이만수 SK 퓨처스 감독이 대행을 거쳐 2012년 감독으로 취임한 이후 KBO리그에서 대행→감독 승격 사례는 없다.
2012년 한화 한용덕 코치는 한대화 감독 경질 후 28경기에서 14승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감독으로 낙점되지 못했다. 한화는 김응용, 김성근 두 원로 감독과 연이어 함께한 후 돌고 돌아 올해 한용덕 감독에게 사령탑을 맡겼다. 한 감독의 직전 소속팀은 두산이었다.
대행은 전임 감독과 어쩔 수 없이 모든 부분에서 비교될 수밖에 없다. 스스로 설계한 팀이 아니기 때문에 시행착오도 더 많다. 뛰어난 성적을 올려 정면 돌파할 경우 정식 계약 가능성이 높지만 시즌 중 감독이 성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경우가 대부분으로 난관이 많다. 현장에서 “가장 어려운 자리가 감독대행이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유영준 NC 감독대행은 데이터 코치 신설 등 김경문 전 감독과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단장출신으로 경영진의 신임도 높다. 그러나 평상 단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미디어의 날선 비평, 팬들의 즉각적인 평가,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장악 등 극복해야 할 숙제가 산 넘어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