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부르크 희망캠프] ‘고수’ 신태용, 오스트리아 캠프에서도 ‘밀당’ 이유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6월 8일 05시 30분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축구국가대표팀 신태용(48) 감독은 ‘밀당(밀고 당기기)’의 고수로 통한다.


2018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오스트리아 레오강과 인스부르크에서 진행되고 있는 훈련캠프에서도 특유의 ‘밀당’이 등장했다. 태극전사들의 혀를 내두르게 한 혹독한 체력훈련에서 이러한 모습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선수들은 레오강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훈련 스케줄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언젠가 ‘그 때’가 올 것이라는 정도만 어렴풋이 감지하고 있었을 뿐이다. 심지어 “체력훈련은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도 있었다. 그런데 내기 족구로 분위기를 전환한 첫 훈련에 이어진 이¤날 두 번째 훈련이 바로 5일(현지시간) 오전 지옥훈련으로 불리는 ‘파워 프로그램’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곳곳에서 고통을 호소했고, 두 손을 무릎에 올린 채 가쁜 숨을 내쉬는 장면이 심심치 않게 연출됐다. 몇몇은 코칭스태프가 들리지 않게 조심스레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괴로워하는 제자들을 바라보면서 코칭스태프는 잔인한(?) 웃음과 함께 “제대로 뛰라”며 불호령을 내렸다.

지옥과도 같던 100여 분이 흐르고, 숙소로 이동한 선수들은 또 한 번 당혹감에 빠져들고 말았다. 신 감독이 취재진에게 “앞으로 체력훈련을 두 번 더 하겠다”고 공표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접한 것이다. 훈련장에서 만난 한 선수는 “(추가 훈련통보에) 정말 당황했다. 그날을 기다리는 게 많이 걱정스럽다”며 고개를 저었다.

파워 프로그램을 둘러싼 깜짝 통보에 이어진 향후 훈련 스케줄 공개. 왜였을까. 역시나 둘 모두 신 감독이 고도의 계산 끝에 내 놓은 작품(?)이다. 첫 훈련이 현재 몸 상태를 최대한 정확히 체크하고자 진행했다면 친절히도 날짜까지 공개한 2~3차 훈련은 선수들의 준비태세를 점검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신 감독은) 선수들 표정, 눈빛까지 놓치지 않는다. 구체적인 설명보다 모호한 표현으로 스스로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듯 하다”고 귀띔했다.

여기에 대부분 훈련을 초반 15분만 공개하는 형식을 취하다 체력훈련을 전면 공개한 이유 중 하나가 제3자(취재진)가 선수들을 열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주면서 마지막 젖 먹던 힘까지 쏟아 붓도록 하기 위함이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신 감독의 ‘밀당’이 확인되는 장면은 또 있다. 자전거를 이용한 훈련장 출퇴근이다. 레오강에서 그는 다른 코칭스태프와 달리 선수단 호텔에서 대여한 자전거를 타고 숙소와 대표팀 전용훈련장 슈타인베르크 슈타디온을 왕복한다. “그냥 운동 삼아 자전거를 탄다. 아름다운 알프스 산맥의 경치를 만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며 딱히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 했으나 역시 이유가 있다.

훈련장이든, 숙소든 제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려 장난을 걸고 농담을 주고받는 ‘큰 형’에 가까운 스킨십과 리더십을 자랑하는 신 감독이지만 짧은 시간이나마 선수들이 감독과 떨어져 다가올 훈련을 대비하고, 또 훈련을 복기하는 시간을 부여하는 편이 자율과 적당한 긴장감을 조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덧붙여 틈날 때마다 언급해온 “통쾌한 반란을 일으키겠다. 우린 나름의 비책이 있다” 등의 발언에도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의식을 계속 심어주면서 자신감을 크게 키우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처음에는 의아해하던 선수들도 점차 할 수 있다는 마인드를 갖게 되는 것이다. 대표팀 스태프는 “지도방식과 축구철학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신 감독은 자신만의 뚜렷한 컬러가 있다. ‘밀당’도 그 일부”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다음에서 ‘스타저장소’를 검색하면 ‘남장현의 월드컵 직캠’을 통해 한국 축구대표팀의 생생한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인스부르크(오스트리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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