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본선이 목전에 다가왔다. 브라질에서 좌절했던 한국은 안타깝게도 지난 4년간 별반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인상이다. 미적지근한 월드컵 열기도 한국이 겪어온 각종 난맥상과 저조한 경기력이 근본 원인일 것이다. 설사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이 괜찮은 성적표를 받아드는 일이 일어나더라도, 지난 시간의 문제점들은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으며 개선책이 강구돼야 한다.
어찌 됐건 이제는 정말로 실전이다. 비록 시험 준비를 체계적으로 했던 것은 아니나, 당면한 시험은 그래도 최선을 다해 볼 수 있게끔 노력해야만 하는 시기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운명을 시험할 첫 경기 스웨덴전, 그리고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인 멕시코전에 관해 명심했으면 하는 몇 가지 사항을 적어 보려 한다.
우선 스웨덴이 한국에 어떻게 나올 것인지를 예측할 필요가 있다. 스웨덴은 현재 득점력이 좋은 상태가 아니며 공격적 성향이 돋보이는 팀도 아니지만, 한국을 상대로는 최대한 공격력을 강화시키는 전략으로 나올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스웨덴의 10일 페루 평가전(0-0)보다는 2일 덴마크와의 평가전(0-0) 라인업이 한국을 상대할 멤버 구성에 더 가까울 수 있다. 특히 측면 수비수들의 경우가 그러한데, 적극적 공격 성향을 지닌 마르틴 올손, 에밀 크라프트의 좌우 조합이 한국을 상대할 풀백들로 좀 더 유력하다. 과감하고 직선적인 오버래핑을 즐기는 올손의 전진은 ‘에이스’ 에밀 포르스베리의 움직임을 더욱 다양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두 번째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스웨덴이 덴마크전 후반에 선보였던 전술 변화다. 만약 한국이 스웨덴의 ‘투톱’에 대비하기 위해 ‘스리백’을 가동하는 경우라면, 이 전술 변화야말로 스웨덴이 한국의 스리백을 비효율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기에 중요하다. 요점은 포르스베리의 중앙 공격수 이동이다. 포르스베리 자리에 다른 윙어를 투입하고 포르스베리를 ‘투톱 중 한 명’으로 활용하는 이 전술은 사실상 포르스베리에게 자유로운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김으로써 전체적으로 ‘원톱’에 가까운 포진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중앙수비수 세 명을 두는 스리백은 오히려 미드필드 싸움의 열세를 초래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한국 벤치에서도 빠른 대응이 나와야만 한다.
멕시코에 관해 언급할 첫 번째 사항은 10일 덴마크에 0-2로 패한 것으로 멕시코 전력을 쉽사리 재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라인업이 상당 부분 고정돼 있는 스웨덴과는 판이하게, 멕시코는 전술과 용병술이 과도할 정도로 다양한 팀이고 덴마크전 역시 로테이션을 가동한 평가전이었다. 예를 들어 멕시코의 덴마크전 선발 라인업 가운데 ‘불변의 주전’은 기예르모 오초아, 엑토르 모레노, 엑토르 에레라, 안드레스 과르다도 정도가 전부다. 나머지 선수들의 기용 여부는 한국과의 대결에서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멕시코가 본선 첫 경기 독일전에 어떠한 멤버, 어떠한 전술을 활용하든지 간에 그 전술이 한국과의 경기에서도 반복될 것이라는 순박한 예상은 하지 않는 게 더 낫다. 멕시코는 독일과 대한민국을 똑같은 전력, 똑같은 스타일로 판단하고 있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독일전과는 다른 전술, 다른 구성으로 한국과 대결하려 할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한국은 훨씬 더 축적된 데이터와 다각적인 분석으로 멕시코에 대비해야 한다고 본다. 덴마크전이든 독일전이든 멕시코를 한두 경기 위주로 분석하는 것은 막상 한국이 실전에서 오류를 범할 확률을 높이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한국 축구계는 지난 4년의 시간을 반성해야 한다. 그러나 이 문제와는 별개로, 눈앞에 직면한 도전에는 최선을 다해 전략적이고 열정적으로 임하는 대표팀의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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