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체조 국가대표 선발전 여자부에서 1위로 아시아경기와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따낸 여서정(16·경기체고)은 애틀란타 올림픽 도마 은메달리스트인 아버지 여홍철 경희대 교수(47)의 재능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이번 선발전에서 여서정은 여자부 최초로 공중 2회전의 신기술도 시도했다. 비록 착지는 실패했지만 성공만 하면 바로 올림픽 메달권으로 평가받는 기술이다. 11일 포르투갈로 출국한 여서정은 월드컵 챌린지에서 이 신기술에 다시 도전한다. 성공할 경우 자신의 이름을 따 국제체조연맹(FIG)에 정식으로 등록된다.
여서정의 이 신기술은 반 바퀴만 더 회전을 더하면 아버지 여홍철이 개발한 ‘여2’가 된다. 송주호 한국스포츠과학기술연구원은 “서정이는 민첩함과 파워가 월등하다. 지금 신기술로도 이미 올림픽 메달권이지만 여2까지 하면 금메달이다. 부상만 조심한다면 된다. (양)학선이처럼 큰 무대에서 탤런트 기질도 있다. 오히려 배포는 아빠보다 큰 것 같다”고 말했다.
9~10일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남자부 경기는 심판으로, 여자부 경기는 학부형으로 모두 지켜본 여홍철은 최근 딸이 치르는 유명세가 부담스럽지는 않느냐는 물음에 “거부감은 전혀 없다. 딸이 더 유명해져서 내가 ‘서정이 아빠’로 불리고 싶다”며 웃었다.
그에게는 좋은 롤 모델도 있다. 같은 전라도 광주 출신인 이종범 야구 해설위원이다. 중학교 시절 훈련을 하다 기합을 받을 때면 선생님이 옆에서 훈련하던 야구부로 보내 방망이를 빌려오게 시켰는데 그때 방망이를 빌리던 형이 이종범이다. 그는 아들 이정후(20·넥센)도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며 ‘정후 아빠’로 불린다. 여홍철은 “종범이 형한테 물어봐도 ‘알아서 할 놈은 다 한다’고 하고 만다”며 웃었다.
선발전 내내 여홍철은 여서정이 연기를 할 때면 긴장감을 숨기지 못했다. “그래도 초반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새로운 긴장감이 있더라”는 그에게 딸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부탁했다. 의외로 “잘했다”는 후한 답이 돌아왔다.
“얼굴만 봐도 몸 상태를 바로 아는데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보였다. 그래서 실수 하겠구나 했는데 극복하더라. 끝나고 물어봤는데 몸도 묵직하고 안 좋았다고 했다. 그래서 ‘니가 시합 뛸 때 컨디션 100%로 하는 게 몇 개나 되겠냐? 아빠는 절반도 안됐다’고 해줬다. 그걸 계속 극복하다 보면 컨디션 안 좋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그게 다 경험이다.”
과거 미적 감각을 중시했던 여자 기계체조는 최근 시몬 바일스 같은 파워풀한 연기를 펼치는 선수들이 지배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부합하는 장점을 지닌 여서정에게 도쿄올림픽이 잠재력을 발휘할 기회로 전망된다.
출국하는 딸에게 여홍철은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하면 실수를 할 수밖에 없다. 낯선 환경과 많은 관중 같은 부담 속에 자기 기술을 한다는 게 쉽지 않다. 아시아경기, 세계선수권 같은 큰 대회 앞두고 경험을 많이 쌓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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