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조원우 감독은 10일 사직 KIA전에서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감행했다. 1번 전준우~2번 민병헌~3번 손아섭~4번 이대호~5번 채태인~6번 이병규로 이어지는 공격적 라인업을 짰다. 이 라인업은 두 가지 측면에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이대호, 채태인, 이병규를 모조리 쓰려면 이대호의 3루수 기용이 불가피했다. 그러면 1루수 채태인, 지명타자 이병규를 넣을 수 있다.
이대호의 가장 최근 3루수 선발 출장은 2011년 6월 8일 삼성전 때였다. 2559일 만에 3루수로서 1회부터 나선 것이다. 조 감독은 “캠프 때부터 (3루가 약한) 팀 사정을 알고 이대호가 준비를 해왔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대호를 3루에 세웠을 때 수비 불안이 발생하고, 유격수 신본기의 커버 범위가 넓어짐을 모르지 않을 터다. 안정지향적인 조 감독 성향에 배치되는 포석이다.
또 하나의 리스크는 이대호(36), 채태인(36), 이병규(35)의 체력관리 문제 발생이다. 포지션 중복이 설령 해소되더라도, 이들 셋을 계속 기용할 순 없다. 결국 ‘돌려서 쓴다’는 조 감독의 기본 전제가 ‘6·10 닥공 라인업’을 시도하며 깨진 것이다.
닥공 라인업을 통해 롯데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확실하다. 6명의 타자가 전원 3할대 타율을 기록 중이다. 7번 앤디 번즈~8번 신본기~9번 나종덕의 하위타선의 약세를 메울 수 있다.
실제 우천 노게임 선언으로 기록이 비에 쓸려갔지만 롯데 6명의 타자는 10일 KIA전에서 전부 안타를 쳤다. 4회말 1사 만루까지 9안타로 4득점을 올렸다. 공격의 효율성이 입증된 것이다. 그러나 3루수 이대호는 송구에서 불안감을 노출하기도 했다. 1루수 채태인의 나이스 캐치가 아니었더라면 투수 브룩스 레일리가 곤경에 처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롯데의 현실은 ‘닥공 라인업’의 유혹에 취약하다. 마무리 손승락의 2군행에서 드러나듯 롯데의 강점으로 꼽혔던 불펜이 괴멸 직전까지 몰려있다. 저실점보다 다득점 패턴으로 풀어가야 승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11일까지 롯데는 27승34패로 8위로 처져있다. 팀연봉 1위 팀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실적이다. 당장의 1승이 절실하다.
롯데의 닥공 라인업은 고육지책에 가깝다. 조 감독이 자신의 야구 스타일을 일정부분 양보할 만큼 지금 롯데의 사정은 다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