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김남일 “훈련땐 ‘빠따’… 쉴때는 ‘빠다’ 코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4일 03시 00분


신태용호 코치들의 지도법

코치들의 지도 스타일은 다르지만 선수들에 대한 배려와 격려 및 진솔한 당부는 한결같다. ‘빠따(몽둥이)’ 김남일 코치(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는 겉모습과 달리 부드러운 ‘빠다(버터) 코치’의 모습도 있다. 현역 선수 못지않은 운동신경을 과시하는 차두리 코치(앞줄 왼쪽)는 다정다감하게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준다. 토니 그란데 코치(뒷줄 가운데)는 대표팀의 ‘브레인’이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한국축구대표팀 출정식 때의 모습. 동아일보DB
코치들의 지도 스타일은 다르지만 선수들에 대한 배려와 격려 및 진솔한 당부는 한결같다. ‘빠따(몽둥이)’ 김남일 코치(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는 겉모습과 달리 부드러운 ‘빠다(버터) 코치’의 모습도 있다. 현역 선수 못지않은 운동신경을 과시하는 차두리 코치(앞줄 왼쪽)는 다정다감하게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준다. 토니 그란데 코치(뒷줄 가운데)는 대표팀의 ‘브레인’이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한국축구대표팀 출정식 때의 모습. 동아일보DB
“끝까지 해봐! 더 해봐!”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한국 축구대표팀의 훈련장에 울려 퍼진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선수들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말수는 적지만 힘껏 박수를 치며 후배들이 고된 훈련을 마무리할 수 있게 한다. 선수들의 분위기를 조율하는 대표팀의 ‘빠따(몽둥이) 코치’ 김남일 코치(41)다. 그는 대표팀 합류 당시 “마음 같아서는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빠따’라도 치고 싶다”고 말해 이런 별명을 얻었다.

“준비하는 과정을 되돌아보면 굉장히 고단했고 부담감도 많았다. 언론에 기사 하나만 나와도 선수들이 받아들이는 느낌은 굉장히 컸던 것 같다.”

카리스마 넘치는 김 코치지만 그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선수들의 예민한 심리상태다. 사실 훈련장을 벗어나면 부드러운 ‘빠다(버터) 코치’로 변한다는 것이 선수들의 설명이다. 그는 “굉장히 예민한 시기다. 모든 게 다 받아들이기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선수들의 부담감이 크기 때문에 아무래도 러시아에서 첫 경기 할 때는 심리적인 문제가 클 것 같다. 선수들이 이를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 2006년, 2010년을 되돌아보면 굉장히 힘들었지만 그런 힘든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결국은 본인들이 짊어지고 가야 할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다. 그러나 혼자만 부담을 갖는 것보다는 동료 선후배와 그런 것을 좀 나누고, 또 동료 선후배들이 그런 점을 이해해 준다면 좀 더 편안한 심리상태로 경기장에 나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좀 더 시간을 투자해서 내가 경험한 것을 이야기해 주고 싶다”고 했다.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기를 바라기는 신태용 감독 및 선수뿐만 아니라 코치들도 마찬가지다. 코치들의 지도 스타일은 다르지만 결전을 눈앞에 둔 선수들에 대한 배려와 격려 및 진솔한 당부는 한결같다.

차두리 코치(38)는 김 코치와는 좀 다른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 선수들과 코치들이 훈련을 겸해 함께 족구를 할 때 차 코치는 오버헤드킥을 날리며 현역 선수 못지않은 운동신경을 과시했다. 선수들에게 다가가 농담도 툭툭 던진다. 함께 운동하는 동료 혹은 형 같다. ‘요즘 기성용 표정이 안 좋다’는 말에 차 코치는 “폼 잡는 것이다. 주장은 무게감이 있어야 한다”며 웃었다. A매치 데뷔전(세르비아전·지난해 11월)을 앞둔 골키퍼 조현우(대구)에게 다가가 “앞으로 100번은 더 A매치를 뛸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데뷔전을 잘 치러라”라고 말하며 긴장을 풀어준 것도 그였다. 최근까지 대표팀과 프로팀에서 함께 뛰어본 선수들이 있다 보니 선수들이 편하게 다가가서 걱정을 얘기하는 대상이 차 코치다. 이런 차 코치 역시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데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김 코치와 차 코치 등 한국인 코치들이 선수들의 긴장 완화 및 자신감 심어주기 등 심리적인 면에 주력하고 있을 때 외국인 코치들은 선수들의 체력 문제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들은 한편 좀 더 거친 플레이가 필요하다는 지론을 펼쳤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명문 레알 마드리드와 스페인 대표팀의 코치였던 토니 그란데 코치(71·스페인)는 선수들이 훈련할 때면 뒷짐을 지고 묵묵히 지켜본다. 말이 없지만 풍부한 경험과 경기 데이터를 지니고 있는 그는 대표팀의 ‘브레인’ 역할을 한다. 상대의 약점을 찾고, 상대 주축 선수를 막을 우리 선수를 찾는 일도 한다. 그는 얼마 전 스페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선수들이 배우려는 자세가 좋고 장점도 많지만 ‘악바리 근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러시아에 입성하기 직전 한국 기자들에게 “축구는 물론 신사적인 스포츠여야 하고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경기가 그렇지는 않다. 상대가 거칠게 나오고 비신사적으로 나오는 때도 있는데 그럴 때면 우리 선수들도 더 강하게 거칠게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자신의 발언 취지를 설명했다.

그란데 코치는 “첫 경기를 이기려면 어떻게 싸워야 하나?”라는 질문에 “몇 달째 스웨덴의 경기 진행 방식을 충분히 파악했고, 그런 부분을 감독, 코치에게 보고했다. 그것을 토대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첫 경기를 이기지 못한다고 16강 진출 꿈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첫 경기가 굉장히 중요하다. 스웨덴을 깰 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2018 러시아 월드컵#김남일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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