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에 위치한 스파르타크 스타디움. 소규모로 꾸며진 경기장에서 귀에 익은 구호와 구성진 노래가 들려왔습니다. ‘대~한민국’의 외침과 아리랑.
2018러시아월드컵에 나설 태극전사들을 응원하기 위해 50여명의 교민들은 두 시간 가까이 차를 타고 낯선 이곳으로 달려왔습니다. 붉은 티셔츠와 태극기, 페이스 페인팅으로 무장한 이들은 그라운드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린 선수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연호했고, 노래를 부르면서 마냥 행복해 했습니다.
실망스러운 경기력과 탈출구가 딱히 보이지 않던 부진. 축구국가대표팀을 향한 일각에서의 부정적인 시선을 이분들이라고 모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내 조국 젊은이들이 지구상에서 32개국 밖에 초대받지 못하는 대단한 무대에 도전한다니 외면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우리가 힘을 실어줘야 할 대상이지, 조롱의 대상이 아니라는 친절한 설명을 곁들여준 교민도 있었습니다. “내 자식이 공부를 조금 못한다고 포기할 수 있나요? 좀더 격려해주고 잘한다고 어깨를 계속 두드려주면 없었던 자신감도 붙지 않겠어요?”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오픈 트레이닝. 솔직히 두 시간에 달하는 이동에 약 50여분에 불과한 회복 위주의 훈련 관람은 ‘가성비’로 따지면 좋은 편은 아닐 겁니다. 그럼에도 어느 때보다 의미가 큰 시간이었다며 실망은커녕 모두가 즐거운 표정이었습니다.
내친 김에 교민들은 월드컵 현장 단체관람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거주중인 1500여명이 동시에 움직이지는 못하겠지만 가능한 최대한 많은 분들이 태극전사들이 월드컵 조별리그를 소화할 니즈니노브고로드(스웨덴전)~로스토프나도누(멕시코전)~카잔(독일전)으로 자가용과 장거리 버스를 이용해 원정(?) 응원을 떠나려 합니다. 특히 카잔까지는 24시간이 훌쩍 넘는다고 하네요. 그럼에도 수고를 아끼지 않는 것은 그만큼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일 겁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역대 최약체라는 결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붙었습니다. 그러나 축구는 이변의 스포츠입니다. 약체가 강호를 잡는 반란이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대표팀은 이미 ‘통쾌한 반란’을 예고했습니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교민들에게는 대단한 자긍심이 되고 있음을 기억하며 태극전사들에게 한점 후회가 없는 월드컵이 되길 소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