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이 18일(한국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서 북중미의 강자 멕시코에 충격적인 0-1 패배를 당했다. 비록 멕시코가 FIFA 랭킹 15위이자 7회 연속 월드컵 16강 진출에 도전하는 강호이긴 해도, 디펜딩 챔피언 독일의 패배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이변임에 틀림없다.
전 세계 외신이 앞 다퉈 멕시코의 반란을 대서특필한 가운데 독일 내에서도 자국대표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같은 F조에 속한 한국으로서도 결코 달갑지 않은 결과다.
독일의 패배가 유독 눈길을 끄는 이유는 디펜딩 챔피언의 몰락이라는 월드컵의 저주가 3회 연속 되풀이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서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선 이탈리아,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선 스페인이 전 대회 우승국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혔다. 두 나라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고작 첫 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조기탈락을 점친 전문가들과 도박사들이 당시에는 사실상 전무했던 만큼 이제 독일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 이탈리아의 몰락
‘아주리군단’ 이탈리아는 남아공월드컵에서 2무1패로 16강행에 실패했다. 이탈리아는 4년 전 독일대회를 비롯해 월드컵 통산 4회(1934·1938·1982·2006년) 우승에 빛나는 전통의 축구강국이지만, 남아공에선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꼬였다. 남미의 복병 파라과이와 1-1로 비긴 뒤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로 돌아온 뉴질랜드와 다시 1-1로 비겼다. 결국 조별리그 최종전 상대 슬로바키아에는 2-3으로 져 조 최하위의 수모를 당했다.
이탈리아의 불운은 남아공월드컵으로 끝나지 않았다. 브라질월드컵에서 1승2패로 2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신 데 이어 러시아월드컵 본선에는 아예 오르지도 못했다. 러시아월드컵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에서 스웨덴에 1무1패로 밀려났다. 1958년 스웨덴월드컵 이후 60년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로, 월드컵 본선 연속 진출도 14회로 마감됐다.
● 스페인의 굴욕
브라질월드컵에선 ‘무적함대’ 스페인이 디펜딩 챔피언의 굴욕을 재현했다. 남아공월드컵 우승과 유럽선수권대회 2연패(2008·2012년)를 포함해 브라질에선 메이저대회 4회 연속 우승에 도전했으나 네덜란드와 치른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무참하게 깨졌다. 로빈 판 페르시와 아르연 로번에게 각각 2골씩을 내주며 1-5의 치욕적 패배를 당했다. 이어 2차전에서 칠레에 0-2로 진 뒤 3차전 상대 호주만 3-0으로 잡았다. ‘티키타카’로 대변되는 스페인의 현란한 공격축구가 브라질월드컵에선 완전히 실종됐다.
● 프랑스·이탈리아·브라질도 당했다!
자국에서 열린 1998년 월드컵에서 우승한 프랑스는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개최한 2002년 월드컵에선 단 한 골도 못 넣고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프랑스는 개막전에서 세네갈에 0-1로 덜미를 잡힌 데 이어 우루과이와 0-0으로 비기고, 다시 덴마크에 0-2로 져 1무2패로 무너졌다. 디펜딩 챔피언이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보따리를 싼 최초의 사례다.
프랑스에 앞서서는 1950년 브라질월드컵의 이탈리아(1승1패),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의 브라질(1승2패)이 전 대회 우승국임에도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해 단단히 체면을 구겼다. 이탈리아와 브라질은 이 같은 흑역사와는 상반되게 각기 1934·1938년 대회, 1958·1962년 대회에서 2회 연속 월드컵을 품기도 했다. 지금까지 ‘유이한’ 월드컵 2연패 사례다.
● 2002년 우승국 브라질은 예외
2002년 한·일월드컵에선 8골로 득점왕을 차지한 호나우두를 앞세워 브라질이 우승했다. 브라질은 4년 뒤 독일월드컵에서 비록 2연패에는 실패했지만, 8강까지 올라 체면치레를 했다. 브라질은 조별리그를 3전승으로 통과한 뒤 16강전에선 가나를 3-0으로 완파하는 등 기세등등했다. 그러나 8강 상대 프랑스에 0-1로 져 2연패 야망이 무산됐다. 1998년 우승국 프랑스부터 2010년 우승국 스페인까지 디펜딩 챔피언들이 줄줄이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들이키고 있는 가운데 2002년 우승국 브라질만은 예외인 것이다. 과연 독일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