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가 독일을 격파하며 2018 러시아 월드컵 대회 초반 최대 이변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는 독일을 세계 정상으로 이끌었던 장점을 역으로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두 팀의 경기를 분석한 결과 승부는 독일의 오른쪽 수비에서 갈렸다. 독일은 오른쪽 측면 수비수 요슈아 키미히가 상대 진영 깊숙이 진출해 독일의 핵심 플레이어 메수트 외질과의 연계 플레이를 펼치며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 나갔다. 수비수의 공격 가담은 순간적으로 공격 선수의 수를 늘리고 전담 마크맨이 없는 상태에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멕시코는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이를 역으로 파고들었다. 키미히가 전진한 뒤 비어 있는 뒷공간을 적극적으로 노렸다. 독일-멕시코전의 최대 승부처는 바로 이곳이었다. 승리는 최대한 빠르게 독일의 빈 곳을 파고든 멕시코의 차지였다.
○ 간파된 독일의 변형 공격
독일은 명목상의 포메이션과 실제 경기에서 펼친 포메이션 간에 다소 차이가 있었다. 독일의 양쪽 측면 수비수 위치가 하프라인 근처로 전진 배치됐다. 그만큼 수비수들의 공격 가담이 잦았다.
독일의 주요 공격 루트는 우측(55%)이었다. 좌측(25%)과 중앙(20%)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우측 공격은 수비수 키미히에서 시작됐다. 수비 진영에서 공을 빼앗은 중앙 수비수 제롬 보아텡이 키미히에게 패스(총 패스 횟수 23회로 팀 내 최다)하면 키미히가 오른쪽 깊숙이 침투해 외질 또는 사미 케디라에게 찔러주는 식(패스 횟수 각 10회)이다. 우측 연결 위주의 단조로운 공격 패턴은 멕시코 수비진에 쉽게 막혔다. 이 루트를 멕시코 왼쪽 수비수 헤수스 가야르도가 막아섰다. 가야르도는 9개의 가로채기를 성공해 역습의 발판을 만들었다. 한국에서는 왼쪽 수비수들이 해줘야 할 역할이다.
반면 멕시코 수비진은 양쪽 수비수가 전방 배치된 독일과 달리 사전 발표한 포메이션과 실제 포메이션이 거의 일치했다. 수비진이 독일의 공격을 봉쇄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던 셈이다. 다만 명목상 오른쪽 미드필더인 엑토르 에레라는 실제 경기에서는 주로 정중앙에서 플레이했다. 에레라는 팀 내에서 가장 많은 활동량(11.592km)으로 수비와 역습 양쪽에 가담하며 중원 전체를 책임졌다. 이는 멕시코가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 철벽을 구축한 중요한 요인이었다.
○ 한쪽에 집중된 공격 루트… 내용은 전혀 달라
멕시코 역시 좌측 공격이 58%로 과반을 차지(중앙 29%, 우측 13%)하며 한쪽을 파고들었다지만 내용 면에서는 독일과 완전히 달랐다. 독일의 키미히가 공격 가담을 위해 비운 공간에 멕시코의 이르빙 로사노가 빠른 발을 이용해 침투해 들어갔다. 독일이 번번이 끊기는 쪽으로 공을 몰았다면 멕시코는 ‘먹히는’ 곳에 집중해 공격에 나선 셈이다. 로사노는 전반 35분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의 패스를 받아 감각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독일 골망을 흔들어 1-0 결승골을 뽑았다. 카를로스 오소리오 멕시코 감독은 “우리는 항상 두 명의 빠른 윙어를 활용하는데 로사노가 그중 한 명이다”고 말했다. 요하임 뢰프 독일 감독도 “상대의 날개가 매우 강했다”고 인정했다.
측면 수비가 약한 한국 대표팀은 로사노의 발 빠른 돌파에 골머리를 앓을 공산이 크다. 로사노를 막는 수비진은 그가 상대적으로 몸싸움이 약하다는 점을 노려 강한 압박으로 발을 묶어야 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멕시코 미드필더 에레라를 봉쇄하는 것이 필요하다. 에레라에서 공격진으로 이어지는 킬 패스를 차단하는 것이 멕시코 역습 차단의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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