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과 싸워도 맘 졸이던 일본, 끝내 웃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0일 03시 00분


전반 3분 콜롬비아 산체스 퇴장… 핸들링으로 얻은 페널티킥 성공
전반 39분 동점골 허용 고전했으나, 후반 28분 오사코 ‘헤딩 극장골’
4년 전 브라질서 1-4 대패 되갚고 2002년 이후 첫 16강 진출 청신호

월드컵 출전 직전 감독을 경질하는 등 악재 속에 러시아로 출발한 일본이 2014 브라질 월드컵 8강 팀이자 브라질 월드컵 득점왕(6골)에 올랐던 하메스 로드리게스의 콜롬비아를 격파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일본은 19일(한국 시간) 러시아 사란스크 모르도비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H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콜롬비아에 2-1로 승리했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 콜롬비아에 1-4로 패하며 짐을 쌌던 일본은 설욕과 동시에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해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16년 만의 16강 진출을 향한 청신호를 켰다.

경기 초반부터 승리의 여신은 일본을 향해 미소 지었다. ‘경계대상 1호’ 하메스 로드리게스가 종아리 부상으로 선발에서 제외돼 콜롬비아의 공격력이 헐거워진 것.

그러나 이날 일본에 최고의 행운은 콜롬비아의 ‘엔진’이라고 불리는 미드필더 카를로스 산체스가 경기 시작 3분 만에 퇴장당한 것이다. 산체스는 일본 가가와 신지가 날린 슈팅을 막기 위해 페널티박스 안에서 뛰어오르다 팔로 공을 막았다.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주심은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고 산체스는 퇴장당했다. 일본은 페널티킥까지 얻었다.

콜롬비아로서는 초대형 악재일 수밖에 없었다. 워낙 이른 시간에 한 명의 선수가 빠졌기 때문에 경기 내내 수적 열세에 시달렸다. 아무리 개인기가 뛰어나더라도 전후반 거의 모든 시간을 수적 열세 속에 뛰어 다니다 보면 지칠 수밖에 없었다. 콜롬비아는 주축 선수가 빠지면서 조별리그 남은 경기에도 타격을 받게 됐다. 일본은 가가와 신지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면서 1-0으로 일찌감치 앞서 나갔다.

하지만 이번 경기를 앞두고 일본에 패한 적이 없던(역대 전적 2승 1무) 콜롬비아도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일본의 파상공세에 맞서 전반 31분 선수 교체로 공격진을 재정비해 ‘맞불’을 놓은 콜롬비아는 개인기를 이용한 빠른 역습을 펼치며 일본과 거의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콜롬비아는 전반 39분에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프리킥 기회를 얻은 콜롬비아의 후안 킨테로가 상대 페널티 지역 앞 왼쪽에서 낮게 깔아 찬 공은 ‘뜬공’을 예상하고 뛰어오른 일본 수비벽 아래를 빠르게 통과했다. 허를 찔린 일본 골키퍼 가와시마 에이지가 몸을 날려 공을 막아 세웠지만 골라인을 살짝 넘은 뒤였다.

콜롬비아는 후반 13분 벤치를 지키던 로드리게스까지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그러나 콜롬비아 선수 대부분이 지쳐가는 상황에서 부상에 시달렸던 로드리게스가 혼자서 경기를 뒤집기는 역부족이었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이 경질된 후 지휘봉을 잡고 출전한 일본의 니시모 아키라 일본 감독은 후반 25분 ‘일본 축구의 영웅’ 혼다 게이스케를 투입했다. 이것이 이날 승부의 흐름을 다시 바꿨다. 일본은 게이스케가 날린 정교한 코너킥을 오사코 유야가 헤딩슛으로 연결해 2-1로 다시 앞서 나갔다. 일본은 이날 느린 패스와 공격 전개로 강팀이라고는 볼 수 없는 경기력을 보였다. 그러나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꾸준히 상대를 밀어붙이며 승리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러시아 월드컵#일본#콜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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