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 축구’ 이란, 이런 ‘마약 축구’가… 죽음의 B조서 1승1무1패 선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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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봉쇄했으나 1골차 패배… 포르투갈엔 후반 대공세 PK득점
“갈수록 빠져드는 매력” 팬들 찬사… 스페인 이에로 감독도 “위대한 팀”

이란이 ‘침대 축구’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며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마무리했다.

이란은 26일 러시아 사란스크 모르도비야 아레나에서 열린 조별리그 B조 최종 3차전에서 포르투갈과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3경기에서 1승 1무 1패를 기록한 이란은 스페인, 포르투갈(이상 1승 2무)에 밀려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이란은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통의 강호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와 함께 죽음의 조에 속했지만 끈끈한 팀컬러로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조별리그에서 이란은 ‘늪 축구’로 불린 극단적인 수비 전략과 빠른 역습을 펼치며 상대팀을 질식시켰다. 첫 경기에서는 행운의 자책골을 얻어 모로코를 1-0으로 잡고 산뜻하게 출발했다.

스페인과의 2차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극단적인 수비 전술로 스페인의 공격을 봉쇄했지만 1골을 내줬다. 후반 8분 페널티라인 안에서 수비수가 걷어내려던 공이 스페인 공격수 지에구 코스타의 무릎에 맞으며 이란의 골라인을 넘은 것. 후반 16분에 스페인 골망을 갈랐으나 비디오판독(VAR) 결과 노골로 선언됐다.

최종전에서는 포르투갈을 격침 직전까지 몰고 갔다. 전반 45분 포르투갈의 히카르두 쿠아레즈마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이란은 후반 공세로 전환했다. 수차례 위협적인 공격을 선보인 이란은 후반 추가시간에 VAR로 페널티킥을 얻어 동점골을 만들었다. 경기 종료 직전 포르투갈 수비수를 맞고 튄 공이 공격수 메디 타레미의 발에 걸려 골키퍼와 1 대 1 상황을 맞으면서 역전 기회까지 얻었지만 슈팅은 골문 밖 왼쪽 그물을 흔들었다. 앞서 후반 7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페널티킥을 내줬지만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가 막아낸 게 위안거리였다.

경기 후 선수들은 패배를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흘렸지만 이란의 활약에 찬사가 쏟아졌다. 작은 충돌에도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드러눕고 경기의 맥을 끊어 ‘침대 축구’라는 비판을 들었지만 세계적인 스타 한 명 없는 이란 입장에서 극단적 수비는 불가피한 전략이었다. 이란을 상대한 명수비수 출신의 페르난도 이에로 스페인 감독은 “이란은 위대한 팀이다. 확실한 철학을 갖고 있는 팀”이라고 강조했다.

최종전 후 카를루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은 “영광스럽고 명예로운 월드컵이었다”고 자평하면서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는 태도나 방식에서 경기를 지배했다고 생각한다. 만약 축구에 정의가 있다면 유일한 승자는 이란이 됐을 것”이라며 선수들을 칭찬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러시아 월드컵#이란#늪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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