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32)는 소속팀 넥센을 넘어 KBO리그를 대표하는 4번타자다. 그가 종아리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던 36일간(4월 14일~5월 19일) 넥센 선수들은 십시일반해 그의 빈자리를 잘 메웠지만, 4번타자의 공백을 완전히 지우진 못했다. 박병호가 빠진 채로 치른 29경기에서 15승 14패로 선방했지만, 이 기간 1점차 승부에선 4승 6패(승률 0.400)로 아쉬움을 남겼다. 자연스럽게 박병호의 장타 한 방이 간절했을 터다.
다행히 긴 공백을 깨트리고 5월 20일부터 1군에 복귀한 박병호는 애초 기대했던 대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26일까지 복귀 후 32게임에서 타율 0.396(106타수 42안타), 13홈런, 36타점, 출루율 0.484를 기록했다. 이 기간만 놓고 보면 타율과 타점 3위, 홈런 공동 2위, 출루율 1위의 눈부신 활약이다. 올 시즌 50게임에서 거둔 성적도 타율 0.358(165타수 59안타), 17홈런, 49타점, 출루율 0.478로 4번타자로서 손색이 없다.
15일 고척 삼성전부터 최근 10경기로 범위를 좁히면, 박병호의 성적은 타율 0.487(39타수 19안타), 7홈런, 18타점, 출루율 0.543으로 더욱 눈부시다. 이 기간에 팀도 7승 3패(승률 0.700)를 기록하며 순항했다. 4번타자의 성적은 팀 성적과 정비례한다는 야구계 속설을 참고하면, 제대로 감을 잡은 박병호의 최근 타격감이 그야말로 완벽에 가깝다는 의미다.
불의의 부상으로 아직 규정타석에 진입하진 못했지만, 9.65타수당 홈런 하나씩을 때려낸 점도 눈에 띈다. 이 부문 1위(9.67)이자 홈런 2위(25개)를 기록 중인 SK 최정을 오히려 앞선 수치다. 메이저리그(미네소타) 진출 전 4년 연속(2012~2015시즌)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쥔 그가 슬러거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26일 사직 롯데전에서도 2홈런을 폭발하며 녹슬지 않은 장타력을 입증했다. 현재 17홈런을 기록 중인 박병호와 이 부문 1위 김재환(두산·26개)과 격차는 9개다.
넥센 구단관계자는 올 시즌을 앞두고 박병호의 유턴이 확정됐을 때 “김하성과 초이스, 서건창, 이정후 등 강타선에 핵폭탄급 타자 한 명이 추가됐다”고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그만큼 박병호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의미다. 박병호도 “최근 들어 좋은 타구도 나오고 타점 기회에서 결과도 좋다”며 “중심타자로서 팀이 설정한 방향대로 가고자 도움을 주는 것 같아 기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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