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추가시간 선제골을 넣은 한국의 김영권(왼쪽 사진)과 추가골을 넣은 손흥민이 골을 성공시킨 후 그라운드를 질주하며 환호하고
있다. 경기 초반부터 독일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던 한국은 막판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경기 종료 직전 두 골을 몰아넣었다.
AP 뉴시스·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정규시간이 끝나고 이어지던 후반 추가시간 3분. 김영권의 슛이 골망을 흔들었을 때 오프사이드 판정이 내려지자 독일 관중은 환호했지만 러시아 관중은 한국 관중과 함께 야유를 보냈다. 한국 선수들은 격렬하게 항의했다. 헤드셋을 통해 비디오판독 심판과 얘기를 나누던 주심은 경기장 밖으로 걸어가 비디오판독을 실시했다. 공이 독일 선수에게 맞고 김영권 앞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오프사이드 판정은 취소됐다. ‘전차군단’을 격침시킨 한국의 결승골은 이렇게 힘겹게 만들어졌다. 이후 독일은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까지 공격에 가담하는 총공세를 펼쳤다.
한국은 이 틈을 이용해 손흥민이 후반 추가시간 6분에 하프라인 근처부터 50m가량 질주한 후 골키퍼가 없는 독일의 빈 골대에 쐐기골을 터뜨렸다. 경기 후 녹초가 된 한국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쓰러졌지만 얼굴에는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한국은 27일 독일과의 경기에 4-4-2 전형으로 나섰다. 수비라인은 왼쪽부터 홍철-김영권-윤영선-이용이 섰고, 미드필드는 문선민-정우영-장현수-이재성으로 꾸렸다. ‘투톱’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는 손흥민과 현재 독일에서 활약 중인 구자철이 나섰다. 골키퍼는 1차전부터 신임을 받은 조현우가 맡았다. 이날 스타팅 멤버 중 눈에 띄는 점은 수비라인에서 있던 장현수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옮긴 것이다. 장현수는 멕시코전 때 중앙 수비수로 나서 페널티킥의 빌미를 주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날 다시 선발로 나서며 그동안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가졌다. 독일은 4-2-3-1 포메이션으로 나왔다. 미드필드 라인에는 토니 크로스와 메수트 외질 등 독일이 자랑하는 ‘황금 미드필더’가 총출동했다.
경기 초반 독일은 예상외로 공을 뒤로 돌리며 느슨하게 공격에 나섰다. 한국이 어떻게 나올지를 염탐하는 듯했다. 중앙 미드필더 크로스의 조율 속에 좌우 사이드로 볼을 빼고 날개 마르코 로이스 등이 크로스를 띄우는 전략을 썼다. 하지만 패스 불안과 몸을 내던지며 막는 김영권과 윤영선 등 한국 수비수들에게 막혀 골을 잡아내지는 못했다. 윤영선은 월드컵 첫 경기였지만 안정적인 대인 방어 능력을 보여줬다. 수비형 미드필더 장현수도 이날은 패스 미스를 줄이고, 상황에 따라서는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등 안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중앙 수비 라인의 분전과 함께 한국은 골키퍼 조현우가 후반 3분 결정적인 선방을 했다. 독일 요주아 키미히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띄운 크로스를 골 지역 정면에서 레온 고레츠카가 헤딩한 것을 몸을 날려 막아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우승팀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인 독일은 예상보다 강하지 않았다. FIFA 랭킹 1위로 한국(57위)과는 무려 56계단이나 차이가 나는 독일이었지만 이날 플레이에는 힘이 없었다. 멕시코에 0-1로 패한 독일은 2차전에서 스웨덴에 2-1로 진땀승을 거두며 체력이 많이 떨어진 듯 보였다.
한국은 점유율에서는 독일에 밀렸다. 전날 신태용 감독은 “경기 주도권은 가져올 수 없지만 몇 차례 안 되는 기회를 살릴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독일은 공격 전개가 느리고 패스 정확도가 떨어져 문선민 등 한국 미드필더들에게 볼을 차단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날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경기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에 유리한 상황이 올 것이다. 많은 골을 넣고 승리해야 하는 독일인 만큼 심리적으로는 우리가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후반 들어 독일은 무리한 패스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틈을 노려 한국은 끊임없이 역습을 시도했다. 결국 초조해진 독일의 집중력이 떨어진 후반 추가시간에 연달아 골을 터뜨리며 값진 승리를 낚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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