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부활 김영권, ‘축구로 보답하겠다’는 말의 정석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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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6월 28일 11시 43분


사진=대한축구협회
사진=대한축구협회
“선수들 너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너무 잘해줘서 너무 고맙다. 4년 동안 너무 힘들었는데 이번 월드컵을 통해서 그 힘듦이 조금이나마 나아져서 진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서 좀 더 희생하고 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맹활약을 펼친 김영권(28·광저우 에버그란데 FC)은 28일(한국시각) 독일전이 끝나고 방송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리며 앞으로도 받은 사랑을 ‘축구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김영권은 ‘축구로 보답하겠다’는 약속을 이번 월드컵에 지켰다.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경기마다 안정된 수비로 축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김영권은 지역예선 때까지만 해도 비판의 중심에 있었다. 경기가 끝나면 “중국리그에서 뛰며 실력이 저하됐다”, “왜 감독이 김영권을 고집하는지 모르겠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지난해 8월 이란과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홈경기가 종료된 뒤 나온 “관중의 응원 소리 때문에 소통이 힘들었다”는 발언은 축구팬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김영권은 마음을 다잡고 축구에 전념했다. 김영권은 그해 9월 우즈벡전에서 월드컵 진출을 확정지은 뒤 믹스트존에서 “국가대표의 주장을 맡으면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런 부분 하나하나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 부분에서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월드컵 진출 전 이런 경험을 해서 나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 같다.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국민들의 응원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김영권은 월드컵을 앞두고 촬영한 프로필 사진에 ‘필사즉생 필생즉사’라는 문구를 새겨 넣으며 마음을 다졌다. 그리고 김영권은 그 문구를 떠올리며 이번 월드컵 무대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팬들은 이제 김영권을 ‘자동문’이라고 하지 않는다. ‘빛영권’, ‘킹영권’, ‘베르통권(얀 베르통헨+김영권)’이라고 한다.

‘○○로 보답하겠다’는 말은 물의를 빚은 운동선수들이 관성적으로 내뱉어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음주운전으로 야구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긴 강정호가 “야구로 보답하겠다”고 했다가 맹비난 받은게 대표적이다. 죄를 지었으면 대가를 치르는 게 맞다. ‘○○로 보답’은 경기력이 떨어진 선수가 할 말이다. 김영권이 이번에 그 좋은 예를 보여줬다.

그래서 김영권의 극적부활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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