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새 역사’ 손흥민, AG도 맡긴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6월 29일 05시 30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손흥민(가운데)이 2018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독일전에서 승리한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손흥민(가운데)이 2018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독일전에서 승리한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역시 손흥민(26·토트넘)뿐이다.”


한국축구의 2018러시아월드컵 여정을 지켜본 팬들이라면 이 문장을 한 번쯤이라도 되뇌어봤을 듯하다. ‘세계 최강’ 독일을 꺾은 한국축구의 중심에는 역시 손흥민이 있었다. 생애 두 번째 월드컵에서 자신의 기량을 모두 뽐낸 스물여섯의 ‘에이스’는 만감이 교차했을 여정을 뜨거운 눈물과 함께 마무리했다.


● 에이스로서 눈물 흘린 월드컵

손흥민은 이번 대회 내내 달갑지 않은 별명으로 불려야했다. ‘울보’. 4년 전 브라질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신 뒤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려 얻은 별명이었다.

개막에 앞서 이번만큼은 울지 않겠다고 다짐한 손흥민은 그러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24일(한국시간) 조별리그 F조 멕시코와 2차전에서 1-2로 패한 뒤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유일하게 득점을 올린 주인공이었지만, 16강행 희망이 옅어지면서 뜨거운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2연패 이후 벼랑 끝에서 맞이한 28일 독일전. 16강 진출을 위해선 기적이 필요했던 한국축구는 에이스에게 주장 완장까지 맡겼다. 더욱 어깨가 무거워진 손흥민은 이번에도 묵묵히 최전방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러자 진짜 기적이 찾아왔다. 후반 추가시간 3분 김영권(28·광저우 에버그란데)의 선제골이 터진 뒤 3분이 흐른 시점. 상대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32)가 골문을 비운 틈을 타 추가골을 작렬시켰다.

이변을 완성시킨 이 골은 손흥민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컸다. 태극전사 최초의 단일 월드컵 두 경기 연속골과 월드컵 통산 최다골(3골) 타이라는 뜻 깊은 역사가 동시에 세워졌다. 이처럼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쌓은 손흥민은 독일전 직후 다시 한 번 울음을 터뜨렸다. 물론 이번만큼은 회한이 아닌 감격이 듬뿍 담긴 눈물이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손흥민.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손흥민.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맏형으로서 이끌어야 할 아시안게임

좌절과 환희가 교차한 2018러시아월드컵은 끝이 났다. 그러나 손흥민에게는 아직 남아있는 숙제가 하나 있다. 바로 8월 열릴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이다.

1992년생인 손흥민은 아직 병역의 의무를 마치지 않았다. 곧 서른 나이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하루 빨리 병역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역시 군 면제가 걸린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이다. 와일드카드 신분으로 태극마크를 다시 달고 우승을 차지한다면, 자신의 앞날을 가로막는 크나큰 걸림돌을 제거할 수 있다.

현재 토트넘 소속인 손흥민의 계약기간은 2019~2020시즌까지다. 그러나 유럽 현지에선 벌써부터 손흥민의 이적을 둘러싼 추측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1000억원에 가까운 이적료를 마다하지 않는다는 구단들이 하나둘 거론되는 상황.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이 더욱 절실한 이유다.

다만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서의 한 가지 차이는 분명하다. 리더십이다. 월드컵에선 기성용(29·스완지시티)과 구자철(29·아우크스부르크), 이용(32·전북 현대) 등 선배들이 선수단을 이끌었다면, 아시안게임에선 손흥민이 20대 초반의 후배들을 다독여야한다. 월드컵 여정을 마친 손흥민의 축구는 이제 다시 시작이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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