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만족과 박수 속에서 대표팀이 출항한다는 것은 이상이다. 엔트리는 제한 돼 있는데 팬들의 ‘응원 팀 콩깍지’는 두껍기 때문이다. 모두의 입맛을 맞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은 유독 잡음이 많았다. 발탁과 탈락 모두가 논란이었다. 6월 11일 명단 발표 후 3주가 지났다. 논란의 주인공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 ‘내가 국가대표다’ 자격 증명
NC 박민우는 올 시즌 초 홍역을 치렀다. 지난해 발목 수술을 받아 스프링캠프 내내 재활에만 매진했고, 시범경기에서도 1경기만 나섰다. 개막 한 달이 지나도 타격감은 살아나지 않았고, 4월 29일 타율 0.198로 1군 말소됐다. 그의 대표팀 승선이 불발되는 듯했다. 하지만 박민우는 1군 복귀 후 몰아치기에 들어갔고 대표팀에 극적 합류했다. 박민우의 초반 부진을 이유로 논란이 일었지만, 그는 발표 직후 14경기에서 타율 0.388로 활약 중이다.
생애 첫 성인 대표팀에 뽑힌 두산 김재환도 여전하다. 김재환은 명단 발표 직후 2일까지 17경기에서 타율 0.441, 5홈런, 18타점을 기록 중이다. 김재환은 최정(SK)이 주춤한 틈을 타 홈런 1위에 등극했다. 금지 약물 전력과 수비력 부족이 화두에 올랐으나 실력으로 이를 말끔히 지우고 있다.
● 벼랑 끝에서 몰아쳤던 이들의 숨고르기
태극마크에 대한 집념으로 모든 집중력을 쏟아 부었기 때문일까. 명단에 포함된 뒤 주춤한 이들도 있다. LG 임찬규는 명단 발표 직후 두 차례 선발등판에서 5.1이닝 18실점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무려 28.69에 달한다. 이후 불펜으로 한 차례 나섰지만 0.2이닝 1안타 1실점으로 여전히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했다.
‘병역 혜택을 위해 경찰 야구단 입대를 미뤘다’는 이유로 비판받은 LG 오지환과 삼성 박해민은 나란히 침묵 중이다. 오지환은 발표 직후 15경기에서 타율 0.255로 주춤하다. 박해민 역시 17경기에서 타율 0.242로 아쉽다. 오지환은 장타력을 발휘하며 생산성이 있지만 박해민은 OPS(출루율+장타율) 0.603으로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아쉬운 탈락자’들의 무력시위
2008베이징올림픽 당시 김경문 감독은 임태훈(당시 두산)이 부진하자 윤석민(KIA)과 교체했다. 초강수였다. 명단에 뽑힌 이들이 방심해선 안 된다는, 탈락자가 긴장의 끈을 놓칠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준 셈이다. 넥센 최원태가 그렇다. 최원태는 명단 탈락 직후 4경기에서 23.2이닝을 던지며 3승무패, 평균자책점 3.04로 호투 중이다. 삼성 심창민 역시 같은 기간 5경기에서 5이닝 평균자책점 ‘제로’를 기록했다. 출루를 단 2개만 허용했을 만큼 철벽이다. 희비가 엇갈린 이들의 향후 행보도 주목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