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 2:3 16강 벨기에전 충격패… 그물 속 대어 속절없이 놓쳐
그래도 라커룸 청소 인상적
후반 추가시간 3분. 벨기에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26)의 손을 떠난 공이 일본의 골망을 흔들기까진 10초만이 필요했다. 상대 중원을 헤집은 케빈 더브라위너(27), 오른쪽 측면을 공략한 토마 뫼니에(27)의 발끝을 거친 운명의 공은 나세르 샤들리(29)의 왼발 끝을 거쳐 일본의 골문을 넘었다. 상대 문전에서 일본 수비수의 시선을 따돌린 로멜루 루카쿠(25)의 판단도 절묘했다.
5골을 주고받는 혈투 끝에 최종 승자가 벨기에로 가려지는 순간이었다. 후반 한때 2골 차로 앞서며 8강 진출을 눈앞에 뒀던 일본 선수들의 얼굴엔 망연자실한 표정이 역력했다.
3일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월드컵 16강전에서 벨기에가 일본에 3-2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8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월드컵 토너먼트 경기에서 48년 만에 0-2로 뒤지던 경기를 뒤집는 극적인 승리였다. 벨기에는 두 대회 연속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반면 사상 첫 월드컵 8강 진출을 노리던 일본의 도전은 마침표를 찍었다.
아시아 출전국 중 유일하게 월드컵 16강 무대를 밟은 일본은 이번 대회 여러 차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조별리그 세네갈과의 경기에서는 일부 일본 관중이 전범기인 욱일기를 펴 문제가 됐다. 일본의 득점 직후 흔든 욱일기가 중계 화면에 포착돼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노출됐다. 일본 팬들은 과거에도 축구 경기에서 여러 차례 욱일기를 들어 물의를 일으켰다.
조별리그 마지막 폴란드전에서는 0-1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10여 분간 자기 진영에서 공을 돌려 비난을 샀다. 1점 차로 패할 경우 16강전에 진출할 수 있다는 판단에 결정한 ‘언페어플레이’였다. 반대로 일본은 16강전 2-0 리드 상황에선 추가 골을 넣기 위해 공세적인 전술을 펴다 벨기에에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경기 뒤 니시노 아키라 일본 대표팀 감독도 “나의 실수였다”며 전술상의 문제를 인정했다.
일본이 대회 내내 따가운 시선만 받은 건 아니었다. 경기 뒤 관중석을 직접 치우고 가는 관중 에티켓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날도 충격의 역전패 속에서도 일본 팬들은 조별리그 때와 마찬가지로 미리 준비해온 봉지에 음료수 컵 등을 담아가며 경기장을 정리했다. 영국 더선은 “경기장을 청소하며 일본 팬들은 그들이 패자가 아님을 입증했다”고 평했다.
일본 대표팀 또한 직접 자신의 라커룸을 정리한 뒤 떠났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경기장 책임자 프리실라 얀선스는 이날 경기 뒤 자신의 트위터에 깨끗이 정리된 일본 라커룸 사진을 올렸다.
두 얼굴의 일본. 상반되는 이미지를 남긴 채 일본은 러시아 월드컵의 모든 여정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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