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월드컵] 오언&루니는 잊어라! 잉글랜드의 꿈 품은 케인의 질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7월 5일 05시 30분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해리 케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해리 케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잉글랜드는 자타공인 ‘축구종가’다. 그러나 그들의 월드컵 역사는 그다지 화려하지 않다. 유럽선수권대회로 시야를 넓혀도 마찬가지다. 스타플레이어들은 즐비했어도 메이저대회만 되면 얌전해지곤 했다.

그런 잉글랜드를 이끄는 해리 케인(25·토트넘)이 ‘아주 특별한 존재’로 발돋움할 조짐이다. 4일(한국시간)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콜롬비아와의 2018러시아월드컵 16강전에서 페널티킥 선제골로 대회 6호골을 신고했다. 득점 공동 2위(4골)인 로멜루 루카쿠(벨기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와는 2골차다. 호날두는 이미 집으로 돌아간 터라 케인이 월드컵 득점왕에게 주어지는 ‘골든부트’를 신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잉글랜드는 콜롬비아와 연장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이겨 7일 스웨덴과 4강행 티켓을 다툰다.

잉글랜드는 역대 월드컵에서 딱 한 차례 우승했다. 그나마 안방에서 열린 1966년 대회다. 4강도 1990년 이탈리아대회에서 달성한 한 번이 전부다. 8강 역시 2006년 독일대회 이후 이번이 12년만이다. 월드컵 역사에 전설(기록)로 남은 선수 또한 지금까지는 2명뿐이다. 1966년 대회 ‘골든볼’ 수상자(최우수선수·MVP)인 보비 찰튼과 1986년 멕시코대회 득점왕(6골)인 게리 리네커다. 케인이 찰튼과 리네커의 길을 걷는다면 잉글랜드로선 금상첨화다.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해리 케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해리 케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실 케인보다는 마이클 오언(39·은퇴)과 웨인 루니(33·DC유나이티드)가 잉글랜드 팬들의 가슴을 더 설레게 했다. 둘 다 어린 나이에 대표팀에 발탁돼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러나 모두 ‘희망고문’에 그쳤다. 오언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부터 2006년 독일월드컵까지 3개 대회에서 4골을 뽑았다. 특히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루마니아전에선 만 18세 190일로 잉글랜드선수의 월드컵 최연소 득점 기록을 작성했다. 별명 그대로 ‘원더보이’였다.

2003년 2월 호주와의 친선경기를 통해 만 17세 111일의 잉글랜드 최연소 국가대표 데뷔 기록을 작성한 루니도 천부적 재능으로 주목받았으나 결과는 몹시 실망스러웠다. 그의 월드컵은 ‘흑역사’나 다름없었다. 독일월드컵부터 2014년 브라질월드컵까지 3개 대회에 출전하고도 고작 1골에 그쳤다. 특히 독일월드컵 포르투갈과의 8강전에선 레드카드 퇴장을 당해 승부차기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난을 샀다.

오언도, 루니도 이루지 못한 월드컵의 꿈을 향해 케인이 맹렬한 기세로 달리고 있다. 덩달아 잉글랜드의 희망도 부풀고 있다. 케인의 질주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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