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KT전은 ‘그라운드 사정’으로 인해 취소됐다. 당초 수원에는 비 예보가 없었는데, 갑작스럽게 내린 장대비로 인해 그라운드 곳곳에 물웅덩이가 만들어졌다. 대형방수포를 뒤늦게 설치했지만 이미 그라운드가 정상적인 경기를 진행하기에는 어렵게 된 상황이었다. 결국 오후 6시45분, 그라운드 사정에 의한 취소가 결정됐다.
구장 관리인은 “이전 3일 동안 내린 비 때문에 그라운드가 30㎝ 깊이까지 젖어 있는 상황이었다. 선수들 연습 전에 표면을 다지는 작업을 해서 경기 진행을 가능하게 했으나 방수포를 제거한 상태에서 일기예보에 없었던 소낙비가 갑자기 내렸다. 그라운드가 물러진 상황이라 표면에 물기를 빼고, 흙을 뿌리는 정도로는 정상화가 어려웠다”고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비는 당시 중계방송사의 화면에 명확하게 잡힐 정도로 경기 시작 시간(오후 6시30분)에 임박해 그쳤다. 그러나 이미 물이 고인 그라운드는 경기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웠다. 구장관리인과 관계자들은 롤러로 연신 작업을 했지만, 이미 물을 머금은 그라운드는 쉽게 평탄화 되지 않았다.
김시진 경기감독관은 신중하게 그라운드 상태를 살폈다. 심지어 심판진과도 함께 내야로 향했다. 구장관리인과 경기 시작 시간 이후까지 얘기를 나눈 끝에 취소가 결정했다. 김 감독관은 “땅 상태가 심각하다. 신발 전체가 빠지는 상황이다. 관리인도 경기가 불가능하다고 하더라”라며 취소 이유를 설명했다.
그런데 이날 해당 경기 중계를 맡은 방송사의 한 해설위원은 경기 취소 결정 이후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논란이 될 만한 글과 게시물을 남겼다. 해당 해설위원은 수원구장 사진과 함께 “해 떠있는데 경기 취소 이해 안감 유격수쪽에 물이 고여있는데 저걸 작업 못한다니 내가 내려가서 작업하면 20분만에 싹 작업할텐데ㅋㅋ”라는 조롱 섞인 글을 남겼다. 이는 현장 작업자들과 경기감독관 및 심판진의 노고와 판단을 철저히 무시하는 태도다.
KBO리그 규정 제11조에는 “경기 거행 여부 결정은 KBO 경기운영위원(경기감독관)이 경기관리인과 협의 하에 결정한다. 경기개시 3시간 전에 개시 여부를 결정하며, 필요시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김 감독관을 비롯한 현장 관계자들은 규정에 따른 정확한 판단을 내렸다.
해당 해설위원은 KBO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명기록을 여럿 만든 ‘야구 레전드’다. 그의 한마디는 야구팬들의 여론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친다. 위 글은 당일 현장 관계자들이 괜한 ‘오해’를 살 수 있게 만들 여지가 충분하다.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가 ‘야구 레전드’라 해서 야구장 내에서 치러지는 모든 업무에 통달한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