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앙리만 보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0일 03시 00분


벨기에팀 헌신적 지도로 4강 견인, 엄청난 스피드-기량으로 훈련 앞장
모국 프랑스 “결승행 걸림돌 될라”… 벨기에는 승패 무관 재계약 고려

“티에리 앙리가 훈련장을 잘못 찾아갔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면 행복할 것 같다.”(프랑스 대표팀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

“우리는 ‘전설(앙리)’과 함께 프랑스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의 가르침이 팀을 더 성장시킬 것이다.”(벨기에 대표팀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 후보인 프랑스와 벨기에의 4강전(11일 오전 3시)이 묘한 운명에 처한 티에리 앙리(41·사진)를 둘러싸고 달아오르고 있다. 앙리(A매치 123경기 51골)는 프랑스를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우승으로 이끈 레전드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은 벨기에 대표팀 코치로 참가했고, 팀을 결승에 올려놓기 위해 고국 프랑스를 꺾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벨기에는 프랑스 선수들의 습성을 잘 알고 있는 앙리가 결정적 조언 등을 통해 승리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는 반면에 프랑스는 앙리를 결승 진출의 걸림돌로 꼽고 있다. 빠른 발과 탁월한 골 결정력으로 ‘제2의 앙리’로 떠오른 킬리안 음바페(프랑스)는 “앙리는 내게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인물이다. 그가 상대팀 벤치에 앉아 있는 것을 보면 이상한 감정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4강전을 앞둔 벨기에의 훈련장에서 모든 언론의 눈은 앙리에게 쏠려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기자들이 앙리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지만 앙리는 경기 전망과 고국과 맞붙게 된 소감에 대해 말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앙리는 자신의 발언이 선수들에게 심리적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는 “4강전은 ‘티에리 앙리 쇼’가 아니다. 나는 감독을 돕기 위해 이 자리에 있을 뿐이다”는 말만 남겼다.

벨기에가 4강까지 승승장구한 데는 앙리의 역할이 컸다. 훈련장에서부터 그는 현역 선수들 못지않은 열정을 보여줬다. 100m를 11초대에 뛰는 스피드는 여전해 현역 선수들과의 전력 질주 대결에서 가장 빠른 모습을 보였다. 공 뺏기 훈련을 할 때도 탁월한 발재간을 가진 그는 공을 빼앗기지 않았다. 가디언은 “코치가 베스트11 선수만큼 치열하게 훈련한다. 언뜻 보면 혹독한 다이어트에 돌입한 사람 같다”고 묘사했다.

2016년부터 벨기에 코치로 활동 중인 앙리는 공격수 루카쿠와 에덴 아자르를 집중적으로 교육했다. 앙리와 함께 경기 영상을 보며 상대 문전에서의 움직임과 수비 뒤 공간 침투 방식을 배운 루카쿠는 4골, 아자르는 2골을 터뜨리고 있다. 루카쿠는 “앙리는 우리에게 어려운 주문을 많이 한다. 하지만 그것을 성공시킬 때마다 성장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고 말했다. 앙리는 벨기에의 공격 세트피스 전술도 담당하고 있다.

벨기에축구협회는 결승 진출 여부와 상관없이 앙리와의 계약 연장을 고려 중이다. 벨기에축구협회 관계자는 앙리의 존재 자체가 선수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선수들은 2년 전 숙소에서 앙리와 상견례를 가졌을 때부터 눈빛이 달라졌다. 유소년 시절 앙리의 포스터를 방에 붙여 놓고 프로의 꿈을 키운 선수도 있다. 선수들이 세계 최고 선수의 가르침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하면서 팀의 정신력과 경기력이 모두 좋아졌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2018 러시아 월드컵#벨기에#프랑스#티에리 앙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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