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2위 해야 토너먼트 대진 유리”… G조 최종전 주전 대거 벤치 앉혀
눈치 싸움 무색하게 결승행 좌절
김칫국이 과했던 것일까. 좋은 월드컵 대진표를 얻겠다고 ‘지기 위해’ 애썼던 잉글랜드와 벨기에가 나란히 월드컵 4강에서 ‘지고 난 뒤’ 3, 4위전에서 어색한 재회를 하게 됐다.
튀니지 파나마와 함께 같은 G조에 속했던 두 팀은 조별리그에서 나란히 2승을 거둬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만나 기묘한 수싸움을 벌였다. 경기에서 패해 조별 예선을 2위로 통과하는 게 월드컵 우승을 위한 ‘꽃길’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할 경우 8강 이후부터 만나게 될 상대는 프랑스,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 내로라하는 월드컵 강호들이었다. 반면 조 2위는 콜롬비아, 러시아, 스웨덴, 스페인, 크로아티아 등 한결 무게감이 덜한 국가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
양 팀 감독은 경기 전 “당연히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도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지만 선발 명단은 달랐다.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은 월드컵 득점 1위 공격수 해리 케인과 델리 알리 등 주전 8명에게 휴식을 주고 A매치 한 경기 출전이 전부인 트렌트 알렉산더아널드 등 사실상 2군을 경기에 내보냈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벨기에 감독도 이름값 있는 로멜루 루카쿠, 에덴 아자르, 케빈 더브라위너를 모두 벤치에 앉혔다. 경기는 눈치 없는(?) 아드난 야누자이의 골과 함께 벨기에의 승리로 끝났다. 벨기에가 1위, 잉글랜드가 2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예상대로 벨기에는 8강과 4강에서 강호 브라질과 프랑스를 잇달아 만나야 했다. 잉글랜드는 8강과 4강에서 스웨덴과 크로아티아를 상대했다.
치열한 눈치싸움이 무색하게도 잉글랜드와 벨기에는 결국 결승전이 아닌 3, 4위전에서 다시 마주하게 됐다. 하지만 패배에도 각각 28년, 32년 만에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일군 이들을 향한 조국 팬들의 응원은 여전히 열정적이다. 특히 16강전에서 잉글랜드의 ‘승부차기 징크스’를 깨고도 실축한 콜롬비아 선수를 안아준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영국에서는 따뜻한 리더십을 보여준 그에게 기사작위를 수여해야 한다는 여론도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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